어떻게(How)는 '어떤 이유로, 또는 무슨 까닭으로'라는 뜻을 담고 있는 부사다.
사람들은 흔히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가"라는 식의 말을 한다.
작년 12월, 국민들은 평범한 일상속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어떻게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두눈을 뜨고 생생히 확인했다.
이런 '어떻게'의 상황은 비단 대한민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붕괴되는 조짐이 일고 있다.
인류 최고의 가치 '민주주의' 체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취약성과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그 약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이용하려는 불순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고 뒷걸음질치게 하고 있다.
민주주의 붕괴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학자들은 견고할 것 같았던 '민주주의'가 이토록 쉽게 무너져내리는 현상에 대해 나름의 판단과 견해로 분석한 책들을 쏟아내며 우려하고 있다.
12·3 불법계엄과 탄핵정국을 맞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공감해 보길 바라며 다음의 책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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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 어크로스 / 440쪽
트럼프 당선 직후 하버드대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가'라는 칼럼을 썼다. 그 글은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출판사의 요청으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써 정치분야 스테디셀러가 됐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자 이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해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오랜 세월 공고했던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는 왜 위험에 빠진 것일까?” 저자들은 민주주의 붕괴 이면에 겉으로만 민주주의에 충직한 척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의 무기가 된 낡은 체제가 있다고 말한다.
극단주의 세력을 은밀히 지원하는 주류 정치인들은 소수의 지지만으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이용 다수의 국민을 움직인다.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느냐, 소수만이 권리를 누리는 독재 국가가 되느냐. 저자들은 지금 우리가 낡은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더욱 끔찍한 미래를 마주할 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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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바버라 F. 월터 / 열린책들 / 336쪽
2024년 12월, 대한민국 국민은 평범한 일상속에서 하루 아침에 민주주의가 쇠퇴하는 것을 목격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민주주의가 확고한 안정성을 지녔고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금세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어 왔지만, 오판이었다.
미국을 비롯해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독재(autocracy)도 민주주의(democracy)도 아닌 중간 상태, 아노크라시(anocracy)로 추락하고 있다.
저자 바버라 F. 월터는 정치학자로서, 수십 년간 내전, 정치적 폭력, 테러리즘분야를 전문적으로 탐구해 왔다.
그는 최신 연구 자료와 통계,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분열을 조명하고 파벌화와 극단주의를 심화시키는 요인을 분석한다.
이로써 오랫동안 탄탄한 민주주의를 유지해 온 국가들조차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내전의 횟수는 그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1860년대의 미국 남북 전쟁이나 1920년대의 러시아 내전, 1930년대의 에스파냐 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간헐적인 폭력과 테러 행위가 벌어지다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갈등이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이 책은 오늘날의 내전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험에 맞서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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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존J.미어샤이머, 서배스천로사토 / 서해문집 / 400쪽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 국제정치학의 핵심 질문이자 근본적 물음에 대한 획기적인 고찰을 제공한다.
"한 국가의 ‘대전략’과 ‘위기 대응 전략’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지도자와 정책결정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다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한 정책은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답을 이론적·실증적으로 분석해낸다.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전략은 합리적인가.
제1차 세계대전을 개시하기로 한 독일의 결정,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기로 한 일본의 결정은 합리적인가. 1960년대 미국의 쿠바 침공,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이 알 수 없는 결정을 하는 국가의 선택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근현대사 20가지 역사적 사례를 아우르는 이 책은 정책 입안자들뿐만 아니라 일선 관료, 정치인, 시민사회, 나아가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학생과 일반 독자들에게 국제관계 인식의 지평을 새롭게 넓혀준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