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혁신을 위한 진짜 리더

2025-02-12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항상 철도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는 동해안과 서해안을 연결하는 철도 공사를 승인하는 법안에 서명했다는 것이 일생의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암살당하기 사흘 전에도 철도 공사 책임자와 만나서, 지원금을 두배로 올려줄 수도 있으니 철도 노선은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를 성공하면 우리 세대의 상징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담당자를 설득했다. 링컨에게는 남북 전쟁의 승리만큼이나 철도 건설이 중요했다.

이렇게 건설된 대륙 횡단 철도는 미국의 혁신을 주도하는 힘이 됐다. 물론 미국 철도 건설에 있어서 국가 지원책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기에 이 사업은 독점 등 여러 폐해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동서를 연결하는 새로운 철도망을 건설한 것으로 미국의 중서부는 세계를 먹여 살리는 곡창이 됐고, 서부의 광산에서 나온 금과 철재들로 미국은 오늘날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부나 정치인은 바로 이런 리더다. 내가 승진하기 위한,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정책 어젠다만을 제안하는 것이 아닌, 혁신 기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알고, 진심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리더 말이다.

오늘날 KAIST의 어떤 연구 결과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가슴 아파하는 정치인이 있을까. 연구 결과 보고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웃는 것은 방관자에 불과하다.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로봇 등 혁신 기술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자' 정도의 추상적인 어젠다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선거용 포스터에 담을 내용이지 진짜 리더가 행동하는 방식은 아니다.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는 진정한 리더는 관심의 항목을 줄이고, 또 줄여진 관심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초정밀한 디테일을 더하고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어떤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지, 그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또는 어떤 연구·개발이 허위이고 아무 쓸모 없는 것인지 꿰뚫고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지금 미국의 내각에 스타트업 출신들이 줄 서 있는 이유가 있다. 기술이 산업을 혁명적으로 재편할 시대가 막 시작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

국가는 지원하는 조직이 아니다. 리딩(Leading)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많은 산업들이 국가적인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 산업에 대규모의 지원이 필요하거나 국가 단위의 전략이 필요한 경우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고, 경제가 정치인 상황이 국내외로 발생하고 있어서 이젠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관세나 지원금만 책정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실제로 해당 산업이 어떠한 결과와 미래를 창출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책임져야 한다. 뒤에서 당근만 주는 정책은 결국 오용의 여지를 남기거나 성공의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이 산업을 재편하는 시대에는 민관이 하나로 움직여야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정부에서 리더십 있는 리더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정치와 경제의 경계가 모호한 오늘날, 사업을 민간에서 하고 관이 이를 제어하고 지원한다는 기존의 판을 흔들어야 진정한 혁신 플랫폼이 나올 것이다.

진성열 법틀 대표 sean.jin@bup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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