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 "일본 참고한 밸류업, 시장서 회의적 반응···장기 관점 필요"

2025-02-06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 현황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일본 증시 활성화 사례를 참고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연이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금융투자협회와 학계‧연구기관‧금융업계 등 전문가 및 개인‧기관투자자가 참여한 열린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고, 한국 증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 증시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제언을 제각각 내놨다. 발제를 맡은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력 산업의 해외 유출, 트럼프 리스크 등 한국 경제와 증시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불확실하다"며 "미국 대비 낮은 경제 성장률 전망으로 펀더멘탈 측면에서 우리 주식 시장의 매력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세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작년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타파를 피력하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우리나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벤치마킹한 정책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벤치마킹은 굉장히 효과적이지만,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단기적인 해결책인 밸류업 정책을 내놔 시장에서 굉장히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정책 설정은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증시 활성화는 10년 전 아베 정부 때부터 시작된 수많은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도쿄 증권거래소의 경우 신규 상장 요건과 상장 폐지 요건들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전체 시장 건전성과 신뢰성 상승 토대를 만들고 주가순자산비율(PBR) 공시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며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시 활성화 정책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세영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증시 활성화를 위해선 국내·외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싶은 양질의 상장 회사가 많아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일본 닛케이 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한 배경을 보면 한국 증시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일본의 경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지분율이 2008년 40%에서 지난해 30%로 낮아졌다"며 "주주환원액은 12조원에서 29조원으로 확대됐고,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조치 기업 수가 570개에서 253개로 축소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중복 상장 비율은 일본이 4.4%, 우리나라는 18.4%로 대만·중국·미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혼란과 비효율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핵심 과제로 삼은 만큼 주주이익 보호를 법으로 규정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두산 지배구조 개편과 같이 자산이 하루 아침에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나는 등 시장에 기본적 주주보호 책임과 원칙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천 부회장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만이 증시활성화를 위한 길"이라고 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토론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증시 활성화가 10여년간의 성과물로 이뤄진 사례 등 시사점이 있는 좋은 자리였다"며 "어려운 정치 상황이지만 증시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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