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실패’, 치열하게 성찰할 필요있다

2024-06-23

제주특별자치도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유치에 실패했다. 외교부 산하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경주시를 개최도시로 건의키로 의결했다. 외교부는 조만간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열어 경주시 개최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로써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했다가 부산시에 ‘물 먹은 후’ 20년 만에 재도전했으나, 이번에는 기초자치단체인 경주시에 패배했다. 두 번째 물을 먹은 셈이다.

우리는 이번 개최도시선정위원회의 결정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누차 본난을 통해 지적했듯이 제주도는 최적의 여건과 매력적인 ‘준비된 최적지’이다. 세계 정상급 국제회의 시설과 특급 숙박, 완벽한 경호·안전, 편리한 교통 접근성, 군사적 긴장 요인 해소,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자연·문화유산 등 모든 면에서 최적화된 ‘APEC 정상회의 맞춤형 글로벌 국제 교류 평화 도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탈락하게 된 것은 정치적 요인으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최도시 선정을 앞두고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경북 경주) 등 경북·대구 국회의원 27명 전원과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 31명 등 모두 58명이 서명한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지지 서명서’가 외교부 개최도시선정위원회에 전달됐다. 또 외교부 개최도시선정위원회가 공모 기준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있다. 인천시는 “개최도시 신청 마감 이후 경주시가 주요 회의장 배치안을 당초 유치신청서와 다르게 변경하는 등 공모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제주도민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앞서 제주에 있던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청을 따라 수도권으로 이전한 데다, 관광청 신설 등 정부 공약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제주 홀대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대로 아쉬움만을 남길 일이 아니다. 차제에 제주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은 이번 실패요인을 점검하고, 향후 제주도의 진로를 놓고 치열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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