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절반이 같은 사람과 벌레…그럼, 사람은 벌레인가

2025-08-28

사람이 벌레라니

이준호 지음

이음 | 196쪽 | 1만7000원

사람이 벌레다. 저자는 이같이 주장한다. ‘벌레 같은 인간’은 통상 모욕적인 말로 쓰이니, 저자의 주장을 흔쾌히 받아들이긴 어렵다. 약 30년간 진화의 비밀을 연구한 생물학자가 과학적인 근거로 독자를 설득한다.

예쁜꼬마선충은 수많은 꼬마선충종 중 하나지만, 유전체 전체 정보가 알려진 최초의 동물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위해 활용돼서다. 예쁜꼬마선충은 약 1억개 염기 서열로 모든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반면, 사람은 그보다 약 20배 많은 염기 서열을 가진다. 예쁜꼬마선충의 유전 정보를 분석한 후 이를 확장해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유전체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과 선충은 각각 약 2만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이 중 절반은 사람에게도 있고 선충에게도 있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선충에 대해 ‘절반은 사람인 셈’이라고 한다. 예쁜꼬마선충은 체세포의 수가 1000개 이하이고, 몸 전체가 투명해서 개체 속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훌륭한 실험 동물 모델인 예쁜꼬마선충은 그렇게 생물학 무대의 주연이 된다.

일반 독자가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TCA 회로, 동형 재조합, RNA 간섭 현상 등 전문용어가 등장하고, 연구 내용도 기초지식이 없으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본문에 앞서 용어 정리를 따로 해놨고,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설명 덕에 ‘과학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다. 책 곳곳에 배치된 삽화도 위트가 돋보이는데, 저자의 제자인 임현수 박사가 그렸다.

과학은 ‘호기심으로 출발하고 끈기로 완성하는 구도자의 길과 같은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호기심이 ‘사람이 벌레’라는 이 도발적인 문장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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