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국 탁구 국가대표들이 같이 훈련한 8일 진천선수촌 오륜관.
대한탁구협회는 14일부터 마카오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대비해 프랑스와 브라질, 푸에르토리코의 톱 랭커들을 초청해 6일부터 11일까지 합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가벼운 몸 풀기로 시작된 사흘째 합동 훈련은 금세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국제 대회에서 인연을 쌓은 선수들은 서로 호적수를 만난 것처럼 힘있는 타구를 주고 받았다.
신유빈(21·대한항공)이 푸에르토리코 출신 아드리아나 디아즈(25)와 마치 실전 치르듯 훈련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유빈이 특유의 삐약거리는 기합과 함께 강력한 드라이브를 시도하자 디아즈도 강하게 받아치면서 랠리가 이어졌다. 둘이 서로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때마다 코칭스태프들도 “나이스!”를 외치며 북돋았다.
이날 훈련이 뜨거웠던 것은 라이벌 구도 때문이기도 하다. 디아즈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신유빈처럼 탁구 아이돌 대우를 받고 있다. 아버지인 블라디미르 디아즈의 지도를 받고 있는 그는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이 한때 9위(현재 16위)까지 올라갔던 톱랭커다.
신유빈은 4살 위 디아즈를 상대로 2승3패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0-3으로 패배한 아픔을 그해 WTT 챔피언스 프랑크푸르트에서 3-2 승리로 되갚기도 했다. 석은미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은 “의도하고 두 선수를 붙인 것은 아니다. 훈련 성과를 높이기 위해 번갈아 짝을 지워주고 있는데 오늘은 제대로 (불이) 붙었다”고 귀띔했다.
신유빈은 “디아즈와는 훈련을 할 때마다 열정이 넘치게 된다”면서 “어제 이 선수에게 한국어로 ‘힘들어’라는 표현을 알려줬는데, (어깨에 힘을 빼면서) 오늘 훈련에서 제대로 쓰더라”고 웃었다. 디아즈도 “어렸을 때부터 경쟁하던 선수로 서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며 “신유빈이 워낙 민첩해 그 속도를 따라가려고 노력했다”고 화답했다.

신유빈은 이번 훈련이 마카오 월드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앞서 7일에는 브라질의 브루나 다카하시와도 치열한 훈련을 소화했다. 신유빈은 “국내 선수들과는 다른 구질을 받아보니 굉장히 도움이 된다. 월드컵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남자 탁구 에이스인 장우진(30·세아)도 합동 훈련 성과에 만족한다. 2024 파리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펠릭스 르브렁이 자신의 훈련 파트너와 함께 참가해 훈련의 밀도가 높아졌다고 자부했다. 장우진은 “평상시에 접하기 힘든 훈련이 진행된다. 평소 훈련 강도가 100%라면 이번에는 120%에서 140%가 살아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준성(19)은 르브렁이 동갑내기라 더욱 자극받고 있다. 오준성은 “나이는 어리지만 이미 톱랭커에 진입한 선수라 배울 게 많다. 백핸드를 빠르게 치는데도 힘이 세고 회전이 강하다. 이 선수만의 장점을 파악해 몸에 익혀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