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 = 안종명 기자) 수입업자가 세율이 더 높은 품목으로 스스로 보정신고한 뒤, 다시 낮은 세율의 품목으로 환급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미 인정한 분류를 뒤집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인천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최근 A사가 제기한 ‘관세 등 경정청구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부산세관 등의 경정청구 거부는 정당하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024구합50081, 2025. 3. 6.)
사건의 쟁점은 중국산 경편직 편물(상품명: TSUSI-BK)의 품목분류였다. A사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해당 물품을 수입하며, 일부는 ‘염색한 경편직 편물’(HSK 6005.37-0000), 일부는 ‘서로 다른 색실로 만든 경편직 편물’(HSK 6005.38-0000)로 수입신고를 했다.
이후 A사는 관세평가분류원에 품목분류 사전심사 및 재심사를 요청했고, 두 차례 모두 “6005.37-0000호가 타당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A사는 2021년 11월 및 2022년 1월, 자신이 신고했던 6005.38-0000호 물품 10건에 대해 자진 보정신고를 통해 6005.37-0000호로 변경하고 부족 세액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후 A사는 돌연 입장을 바꿔 “실제 품목은 여전히 6005.38-0000호가 맞다”며 약 6,050만원 상당의 관세·부가세 환급을 요구했으나, 인천세관과 부산세관은 이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관세평가분류원의 사전심사 및 재심사 결과가 일관되고, 원고 스스로 품목번호를 정정하며 세금을 납부한 사실을 볼 때, 이를 뒤집을 근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세관의 경정청구 거부는 행정 절차상 하자가 없으며, 이미 정해진 법령 해석 기준과 품목분류 체계를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품목분류의 자의적 변경 시도를 차단하고, 납세자의 스스로 한 보정신고에 대해 신뢰보호의 원칙을 확대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관세실무에서는 품목분류의 차이에 따라 세율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납세자들의 사전심사 활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품목코드의 오분류 논쟁을 넘어 사전심사 제도와 신고 책임 간의 긴장 관계를 조명한 판결이다. 세관 당국은 품목분류의 통일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며 자의적 변경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납세자 입장에선 사전심사와 보정신고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며, 사후 전략적 철회 시도는 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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