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만성형 투수일까. 데뷔 5년 차를 맞은 롯데 김진욱(23)이 선발로서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김진욱은 10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탈삼진 5개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롯데는 김진욱의 호투에 힘입어 1-0으로 리드를 선점했으나 불펜이 무너지며 대량 실점해 역전패했다.
김진욱은 4이닝 동안 직구 18개, 커브 8개, 슬라이더 15개, 체인지업 4개를 합쳐 45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h였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진욱은 오랜 시간 프로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했다. 데뷔 직후 선발 투수로 기용됐으나 이닝 소화에 애를 먹으며 4경기 만에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김진욱은 지난 시즌 풀 타임 선발로 활약했으나 평균자책은 5.31에 그쳤다. 잦은 볼넷에 발목이 잡혀 조기 강판되곤 했다.
김진욱은 10일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사직 마운드에 올랐다. 4이닝 동안 14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볼넷 없이 2회 문보경에게 몸에 맞는 볼 출루만 한 번 허용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김진욱에 대해 “참 많이 좋아졌다”라고 칭찬했다.
김진욱은 이날 1회 LG 선두 타자 홍창기의 땅볼 아웃을 유도한 뒤 신민재와 오스틴을 빠르게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데니 레예스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을 안타로 연결하며 2루의 윤동희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롯데가 1-0으로 먼저 흐름을 잡았다.
김진욱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김진욱은 3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이후 롯데의 공격 이닝에 정보근과 황성빈이 연속 안타로 출루했다. 유격수 구본혁이 2루와 3루 사이로 흘러가는 타구를 향해 몸을 던졌지만 포구에 실패했다. 안타가 될 뻔한 윤동희의 외야 먼 쪽 타구는 홍창기가 가까스로 잡아냈다.
LG는 뒤늦게 반격에 나섰다. 6회 박해민이 박준우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다. 신민재의 타구가 외야 왼쪽 멀리 떨어진 사이 박해민은 홈으로 쇄도했고 신민재는 2루까지 뛰었다. 누상에 주자가 쌓이며 LG의 득점이 이어졌다. LG는 순식간에 7점을 몰아쳤다.
LG는 빅이닝 직후 불펜이 흔들리며 실점했다. 이우찬은 나승엽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박승욱에게 볼넷을 내어줬다. 이후 전민재의 적시타가 나승엽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LG는 재역전당할 위기에 몰렸으나 실점 직후 교체 투입된 김진성이 1.1이닝 동안 실점 없이 삼진 3개를 잡아내며 다시 흐름을 가져왔다.
7회 구원 등판한 롯데 신인 김태현은 이영빈과 문정빈, 송찬의를 연달아 아웃시키며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그러나 8회 김태현의 폭투 이후 손성빈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오지환이 홈인했다.
9회 LG의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신인 김영우는 2사 상황에서 유강남과 조세진에게 연달아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마지막 타자 최항을 땅볼 아웃시키며 LG의 승리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