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구암 구병대(1858~1916)
飢鶴翩翩鷰子飛 굶주린 학과 제비는 너울너울 날고
門無客到晝關扉 대낮 찾는 손님도 없고 싸리문은 잠겨 있네.
風浪成鱗奔細細 바람에 물결 일고 작은 물고기는 빠르게 움직이며
山嵐如雨滴霏霏 거센 산바람에 내리는 비, 펄펄 날리는 눈과 같네.
人能愼口眞無禍 사람은 참으로 말을 조심하면 화가 없으니
士善修身孰敢非 선비는 착하게 몸과 마음을 수양하면 감히 할 수 없네.
塵世功名今不願 티끌 많은 세상 지금 공명을 원하지 않지만
何妨呼我一寒微 어찌 변변치 못한 나의 부르짖음 방해하는가?
구병대는 고종 28년(1891년)에 진사에 합격하고 성균관에 들어갔으나 과거시험보다 자신을 위한 학문에 힘을 쏟았다.
송병선 선생의 문하에 출입하면서 문도들과 교유하였다.
그 당시 조정은 친일 세력에 의하여 국권을 뺏앗기는 등 나라가 망해가고 있었고, 이에 선생은 매일 통한하다가 민종식이 홍산 지티에서 일어난 2차 홍주의병에 참가하였다.
일본군의 지원으로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은둔하던 봄날에 혼탁한 세상을 생각하며 힘없는 자신의 처지와 선비의 몸가짐과 행동 그러나 자신은 굽히지 않고 항변을 시로 토해내고 있다.
시에 자신을 굶주린 학에 비유하며, 힘없는 백성들의 처지를 생각하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으며, 밖을 나서지 않은 처지라 싸리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세상풍파에 힘없는 백성들은 피신하기 바빴고, 서구열강의 거센 힘은 마치 비바람과 펄펄 날리는 차가운 눈발이었다.
선생은 그 속에 사는 백성의 위태로움을 걱정하면서 이 어지러운 세상에 사람마다 참으로 입조심하면 화를 당하지 않으니, 자신도 선비로 착하게 몸과 마음을 수양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티끌 많은 어지러운 세상에 공명을 원하지 않지만 참고 있을 수 없었고, 나의 항변을 방해하는가며 부르짖고 있다.
<精選 龜巖遺稿 詩에서, 국편사료조사위원 박 수 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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