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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간판 공격수 주드 베링엄(21)이 심판 항의 과정에서 받은 퇴장을 둘러싸고 스페인 축구계가 영어 욕설 번역 논란에 휩싸였다. 레알은 베링엄의 퇴장 징계 철회를 위해 공식적으로 항소할 예정이다.
베링엄은 지난 16일 오사수나와의 2024~2025시즌 라리가 2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39분 주심 호세 루이스 무누에라 몬테로에게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레알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베링엄은 페널티킥 판정을 두고 심판과 거세게 대화를 나눴고, 이 과정에서 영국 특유의 욕설이 문제가 됐다. 스페인 방송사 모비스타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에 따르면 몬테로 주심은 베링엄에게 “존중을 가지고 말하라”고 했고, 베링엄은 “난 존중하고 있다”고 답한 뒤 돌아서며 “F*** off(꺼져)”라고 말했다.
몬테로 주심은 이 표현을 “F*** you(엿 먹어)”로 이해하고 즉시 퇴장을 선언했다. 그러나 경기 후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주심이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첼로티는 “‘F*** off’는 스페인어로 ‘No me jodas(장난치지 마)’ 정도 표현이지 심각한 모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베링엄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오해가 있었고, 난 팀을 곤경에 빠뜨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도 이 사건이 화제가 됐다. 유명 스포츠 프로그램 ‘엘 치링기토’는 영어 교사를 초청해 ‘F*** off’와 ‘F*** you’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F*** off’가 친구나 동료끼리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표현”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레알은 과거 비슷한 사례였던 메이슨 그린우드(당시 헤타페) 건을 근거로 징계 철회를 노리고 있다. 그린우드는 지난해 1월 심판에게 “F*** you”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퇴장을 당했지만, 항소 과정에서 “F***‘s sake(젠장)”라고 했다는 주장이 인정돼 징계가 철회됐다. 반면, 베링엄은 지난해 발렌시아전에서 심판에게 “F***ing goal(이건 골이다)”라고 소리쳤다가 퇴장당해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는데 당시에도 레알은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페인에서는 항의 표현에 대한 심판들의 엄격한 잣대가 논란이 되어 왔다. 2019년 우스망 뎀벨레(당시 바르셀로나)가 “너 정말 못해”라고 했다가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사울 니게스(세비야)도 비슷한 이유로 퇴장을 당했다.
레알은 최근 판정 불만이 계속되며 심판 판정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왔다. 이달 초 에스파뇰전에서 오심 논란이 일자 구단 차원에서 스페인 정부에 공문을 보내 “심판 시스템이 썩었다”고 항의했다.
무누에라 몬테로 주심은 스페인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심판 중 한 명이지만, 레알과의 판정 시비에 자주 휘말려온 인물이다. 2019년 레알과 레알 소시에다드 경기에서 VAR 동료로부터 “Todo ok Jose Luis(다 괜찮아, 호세 루이스)”라는 말을 듣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페널티킥 상황에서 노파울 판정을 내린 것이 발단이었다. 이 표현은 레알 팬들 사이에서 심판 편향 논란의 상징처럼 쓰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9월 에스파뇰전에서도 베링엄이 몬테로 주심에게 항의하다가 카메라에 “Piece of shit(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말이 잡히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