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 45년 '명문장수기업' 10곳 신규 선정…“인력난·디지털 전환 지원해 달라”

2025-12-04

업력 45년 이상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이 지방 인력난, 통상환경 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부담 완화 등을 위해 정부에 맞춤형 지원을 건의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4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 DMC 타워에서 '2025년 명문장수기업 수여식'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장수기업들의 애로사항과 정책 제안을 청취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광덕에이앤티 △금성풍력 △대한과학 △삼창주철공업 △유니코정밀화학△일진코스메틱△중앙운수 △하이멕 △KTE △명화공업 등 10개사를 신규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로써 명문장수기업은 전체 63개사로 확대했다. 작년까지 선정된 53개사의 평균 업력은 58년, 2024년 기준 평균 매출액은 1205억원으로, 선정 전과 비교해 매출이 평균 22% 이상 증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명문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지방·뿌리산업 인력난 완화 △전략산업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총력 지원 △명문장수기업 전용 인센티브 확대 △디지털 전환(DX) 투자 지원 등을 집중 건의했다.

조선기자재 기업 '삼공사'의 정진석 대표는 조선업 장기 불황기를 버틴 경험을 소개하며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와 재정 지원이 조선 기자재 국산화 기술을 기반으로 방산·육상 분야로 사업을 넓히는 데 큰 힘이 됐다”며 “장수기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꾸준히 유지·확대해 달라”고 말했다.

선박용 배전반 기업 'KTE'의 구본승 대표는 지역 인력 수급 문제를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그는 “부산에서 방산·조선 기자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수도권 쏠림으로 고급 인력 확보가 매우 어렵다”며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 등 병역특례 확대가 어렵다면, 지방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인재에게 별도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으로 인력 유출을 막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캐나다·사우디 등의 잠수함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대형 수주 여부가 수백 개 중소·중견 기자재 업체의 생존과 직결된다”며 “정부가 외교·통상 역량을 총동원해 우리 기업이 수주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동차 조향·구동계 부품 기업 '광덕에이앤티'의 김봉중 대표도 “지방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전문 기술·연구 인력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역 대학·특성화고와 연계한 전문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반도체·바이오에 편중된 교육에서 뿌리기업 현장 수요도 함께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소방용 밸브 전문기업 '삼창주철공업'의 이규홍 대표는 뿌리산업 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주물·주조 등 뿌리산업은 산업화의 초석이지만 정책에서 소외된 업종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1980년대 40여개 업체가 입주했던 산업단지가 지금은 8개만 남았다”고 현장을 전했다. 이어 “노후 설비 개선, 공정 고도화, 인력 양성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을 통해 뿌리산업에서도 100년 장수기업이 나올 수 있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건축설비 엔지니어링 기업 '하이텍' 이수연 대표는 명문장수기업 제도의 '실질적 인센티브' 확대를 요구했다. 그는 “명문장수기업 인증은 절차가 까다롭고 명예로운 제도이지만, 실제 혜택은 홍보와 일부 사업 가점에 그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 투자에 대해 장수기업 전용 지원과 사업 신청 시 서류 심사 간소화, 선정 가점 등 실질적인 우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또 “가족친화 인증처럼 세무조사 유예 등 세제·행정 부담 완화도 함께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K-뷰티 제조기업 일진코스메틱 유승우 대표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데이터 접근성 제고를 강조했다. 그는 “장수기업 맞춤형 데이터·마케팅 바우처를 도입해 세계 유수 브랜드와 같은 수준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어 “데이터 분석과 실행은 기업의 몫이지만, 출발선 자체를 맞춰줘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초기 창업기업과 유니콘 육성 프로그램은 비교적 정비된 반면, 명문장수기업처럼 '다음 도약 단계'에 있는 기업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은 충분히 고민되지 못했다”며 “명문장수기업이 'VIP 대우를 받는다'고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명문장수기업 제도가 10년째를 맞아 총 63개사가 선정됐으며 평균 업력은 57년에 달한다”며 “IMF·코로나 등 위기 속에서도 산업의 뿌리를 지켜온 기업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푸드·K-뷰티·K-바이오 확산 속에 한국 수출이 세계 5위권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글로벌 강국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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