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오호통재(嗚呼痛哉)라

2025-11-06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다. 어떤 도끼에건, 발등이건 어디건 찍히면 그 고통은 상당할 것이고 상황에 따라선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믿는 도끼,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면… 신체적 고통을 넘어 심적, 정신적 고통까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다.

어쩌면, 신체적 충격이나 상처의 크기와 상관없이, 영혼의 내상을 더 강조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의 한미 정상회담-관세 및 대미투자협상 결과를 접하면서 하게 되었다.

알려진 바,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중 현금 투자를 2000억 달러로 하고,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의 마스가(MASGA) 투자로 구성한다는 것이 협상의 골자이다. 결국은 미국 트럼프가 주구장창 요구한 3500억 달러를 구성과 방식만 바꾸었지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우리 돈 약 500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약 84%)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도 했고,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도 했다. 한국의 재정 규모에도 맞지 않는 3500억 달러와 관련하여 정부안은 그중 5%인 175억 달러 내에서만 현금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출과 보증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며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켜왔다. 그러나 결과는 미국에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 10년간 매년 200억 달러를 투자하여 총액 2000억달러를 국가 재정으로 직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1500억 달러의 마스가 프로젝트 추가 투자는 일단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3500억 달러를 2000억달러로 줄이고(?) 일시불 아닌 10년 할부이니 선방한 것인가? 한 해 200억 달러(28조 원)는 견딜 만한가? 이 돈은 한국의 한해 농업 예산(2026년) 20조 원보다 큰 금액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말한, 한국이 한해 조달할 수 있는 외화 규모 150억~200억 달러와 맞먹는다. 시쳇말로 한해 뼈 빠지게 외화벌이해서 미국 입에 탁 털어 넣는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위험성이 커지고 국제적 경제환경에 대응할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막대한 외화 유출로 원화 약세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관세 25%를 15%로 낮춘 성과가 있다고 하고, 현대자동차는 협상 결과 발표 즉시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실상은, 한국과 미국은 FTA 체결국으로 관세가 0%대였다는 것, 이를 트럼프가 난데없이, 일방적으로 상호관세, 품목 관세를 매기며 한미 상호 규칙을 깨고 관세를 25%까지 올렸다는 것, 결국 0%를 15%로 올린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관세를 10% 낮추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이익은 연간 2.~3조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2조 벌자고 그 10배 넘게 갖다 바치는 꼴이다. 이럼에도 매년 200억 달러로 투자 한도를 제한했다고 성공한 협상이라 자화자찬할 일인가? 여기에 막대한 투자는 우리가 했는데, 투자처의 결정도, 운영도 미국이, 투자금의 50~90%도 미국이 가져간다는 합의 내용에서는 기가 막힐 뿐이다(이게 투자냐!).

그리고,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개인적으로는 더 치명적이고 치욕적이라 느껴지는 것,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신라 금관(모형이라지만)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금’을 사랑하고 ‘왕’ 놀이에 심취해있는 트럼프의 취향에 맞춘 선물이라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가? 나라에 특기할 공헌,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하는 그 ‘훈장’의 의미와 (훈장에 들어간 금만 150돈이니 190돈이니 하는 건 일단 넘어가자), 천년 신라의 상징인 ‘금관’을 약탈자에게 바쳤다는 것을 도저히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더하여, 이것이 친미 수구 파쇼 윤석열 일당의 내란을 막고 빛의 광장의 힘으로 세운 ‘이재명 정부’가 한 일이라는 점이 더욱 참기 힘들다.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할 일은 할 것이라는 믿음,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을 거다, 적어도 버티기라도 할 것이란 믿음. 쉽게 부러져 나무가 아닌 내 발등을 찍진 않을 거라는, 적어도 나무 몇 그루쯤은 거뜬히 베어 줄 거라는 믿음… 믿음이 아니라 환상이고 꿈이었을까?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이은미 울산자주통일평화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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