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세상] 그 많던 행복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25-04-03

이 편리하고 넓은 세상에 모든 것들이 많다. 참 많기도 하다. 내가 직접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과 인간관계, 타인의 세상, 유튜브 영상 속의 세계관과 SNS, 심지어 가상 세계에 가상 현실까지. 정말 많아도 너무나 많다. 그래서겠지.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진실도 많고 거짓도 많다. 진짜도 차고 넘치고 그만큼 가짜까지 판을 쳐서 어쩌면 짝퉁으로도 진짜처럼 행복한 척할 수 있는 세상이다. 아니, 참, 그려. 세상이 그냥 많다.

아무리 맛집이 많아도 나는 한 끼에 한 그릇밖에 먹지 못한다. 메뉴가 너무 많으면 다양함의 행복함보단 선택의 혼란함에 금방 나사가 약간 풀려 버린다. 음식의 종류가 많아도 내 혓바닥은 익숙한 맛을 찾고 맛있다 느끼며, 인내심 없는 위장이 나약하게 꼬르륵거릴 뿐이다. 탄수화물이 과하면 바로 체해서 밤잠을 설치고 배고픔에 인내하는 성격이 못되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소모적이란 성향은 잘 변하지 않더라. 가끔 여행하면서, 또 타국의 음식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 내 취향의 음식은 다 먹어본 것 같다. 처음 보는 음식, 새로운 음식,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맛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굳이 더 맛있는 음식, 새로운 음식, 자극적인 음식보다 마음이 허할 땐, 그저 뜨끈한 김치찌개가 생각난다. 그 시절, 딸의 배고픔을 걱정해 주던 엄마가 보글보글 끓여줬기 때문이겠지.

사람은 늘 추억을 품고 산다. 추억과 연결된 감정으로 삶을 버티고 소소하지만 큰 행복함을 느낀다. 지금을 지탱하는 힘을 주는 추억 속엔 함께한 사람도 있다. 그 시절의 그 모습으로, 덜 늙고 생기 있는 기억이 되어 나를 사랑해 주었던 마음과 함께 간직되어 있다. 애석하게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러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라 한다. 사람 사이에 선을 긋고 경계해야 하고 감정에 지치지 않기 위해 사람을 멀리하고 마음을 조절해야 한다고. 하지만 또 희한한 건 소외된 마음, 외로움에서 구해주는 것 역시 지금을 함께해주는 사람들이다.

바깥에 펼쳐있는 넓은 세상만큼, 사람들도 다양하다. 모두 자신만의 깊고 고유한 내면이 있으며 알면 알수록 타인은 나와 다른 사람이다. 서로 미치도록 다른 사람들이 만나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세계를 알고 이해해야 하며, 꾸밈없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은 피하면 모르게 된다. 선을 그으면 마음이 떠난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눈을 맞추고 다정하게 질문해 주고, 그의 대답을 끝까지 들어주어야 하는데, 사람을 깊고 오래 알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의 입에서 직접 듣는 솔직한 대답이 유일하다.

세상은 지금도 많아지고 있으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도 늘어나고 있다. 당당하게 혼자서도 잘 사는 삶도 물론 좋다. 그런데 나는 열심히 성실하게 살면서 삶의 문제까지 혼자 다 처리하는 것이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왜 힘이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힘을 내란 ‘파이팅!’처럼, 실제로 미국에서는 싸우자는 뜻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힘내라는 뜻이며, 힘을 낼 여유조차 없는 사람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의미 없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혼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 파이팅!’

사람은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갈 이루어냈을 때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정한 소망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었을 때 가장 온전하고도 특별하게 행복할 수 있다. 사람에서도 그러하다. 좋은 사람에게 직접 다가가고 친절한 질문을 해서,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 비로소 인간관계의 행복함을 찾을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나의 체형에 꼭 맞는 옷을 입고, 나의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다정한 대화를 하는 것.

이 넓고 많은 세상에서 가장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더라고.

김현주 울산 청년 작가 커뮤니티 W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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