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 구하기

2025-03-18

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 논설위원

제주 입도 관광객이 급감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늘었지만, 내국인은 대폭 줄었다. 그나마 외국인은 늘었으니 다행이라 위안하며 넘기기엔 심각한 수준이다.

내국인 관광객 급감은 우선 엔데믹 시대에 대체 가능한 해외 여행지들이 늘었다. 여기에 이중적인 관광물가와 성숙한 서비스 마인드 부재로 대변되는 제주 관광의 부정적 이미지가 큰 타격을 주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소위 K-컬처의 확산 때문이다. 관련 이론 중 문화확산이론(cultural diffusion theory)이란 것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베트남 음식에 입문할 때는 쌀국수인 퍼부터 맛보다 익숙해지면 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인 반미와 베트남식 돼지갈비 요리인 껌승까지 관심의 폭을 넓혀 나간다. 또 태국 여행이라 하면 처음에는 수도인 방콕에 가지만, 태국에 매료되면 점차 방콕이 아닌 치앙마이, 끄라비 등 태국 속 다른 정취를 느끼고 싶어 한다. 이처럼 외국인들도 K-컬처에 매료돼 한국을 방문할 때, 수도인 서울을 제일 먼저 방문하다 점차 범위를 넓혀 제주까지 방문할 수 있다. 이는 제주의 관광자원 자체에 매력을 느껴 방문한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른 얘기다.

내·외국인 상관없이 제주를 매력적이고 다시 찾고픈 관광목적지로 인식시키는 것이 현재 당면한 과제로 보인다. 과제 해결을 위해 같은 아시아태평양 공동체에 속한 싱가포르와 호주를 참고할 수 있다.

먼저 싱가포르는 관광대국이 되기 위한 조건인 천혜의 자연이나 거대한 역사의 숨결을 지니지 못한 관광으로서도 불모지였다. 하지만 관광 도시화를 주요 성장과제로 정하고, 우후죽순 개별적 개발이 아닌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을 택해 관광에 접근했다. 2000년 후반 싱가포르에 머물던 필자가 알기로도 싱가포르 관광청(STB)에는 실제 싱가포르 최고의 브레인들이 모여 일한다. 싱가포르 관광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센토사섬은 세심한 계획하에 개발된 인공섬이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반은 사자 반은 물고기)도 가공 동물이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생산된 관광자원에 근사한 이야기까지 입혀 관광객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다.

한편, 최근 관광시장에서 급부상한 호주는 싱가포르에 비하면 광활한 자연의 혜택을 가진듯해 보인다. 하지만 호주 역시 땅의 90%는 사람이 살 수 없고, 자랑할 만한 오랜 역사나 전통음식도 없다. 그런데도 호주는 원주민인 애버리지니의 문화를 내세워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까지 영어식으로 부르던 지명도 다시 원주민 언어로 바꾸고 병기하는 노력을 해왔다.

제주는 이들과 비교하면 월등한 천혜의 자연환경, 풍부한 역사, 제주만의 우수한 향토음식과 전통문화, 고유한 제주어 등 우수하고 다양한 관광 콘텐츠가 있다. 소위 스펙만큼은 최상위권이다. 그런데도 관광객에게 어필할 수 없다니 안타깝다. 돌하르방과 설문대할망 설화는 잘만 스토리텔링하면 머라이언 부럽지 않을 수 있고, 제주어도 잘 활용하면 호주 원주민 언어 못지않은 집객요소가 될 수 있다.

다시 문화확산이론으로 돌아와 관광객들이 우수한 제주의 관광 콘텐츠 중 어느 하나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또 다른 제주의 관광자원들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렇게 점차 제주 관광의 매력은 확산된다. 초심에서 다시금 제주 관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제주 관광을 구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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