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역 예수의 언어
김학철 지음
중앙북스
예수의 말씀이 시(詩)라면 이 책에 실린 건 이를 풀어 쓴 산문이다. 잡힐 듯 말 듯 민들레 홀씨 같은 예수의 언어를 국내에서 손꼽히는 종교학자 김학철 연세대 교수가 한 땀 한 땀 채집해 단단한 틀 속에 가공했다. 원문을 문자 그대로 번역한 게 아니라 말이 속한 이야기 전체와 그것이 바탕한 역사·사회·문화적 맥락까지 감안한 초역(超譯)이다.
가령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첫 말 “그대들은 무엇을 찾고 있나요?” 한마디가 책에선 예수가 그 안에 담았을 법한 여러 겹의 실제적 질문들로 변주된다. 그대들은 의식주가 해결되길 바라나요, 돈과 명예와 권력을 원하나요, 각자 심연에 놓인 욕망은 무엇인가요. 예수의 제자들이 상황 속에 인용하며 기록한 성경 속 지혜의 말이 2000년의 시공간을 넘어 예수의 육성으로 다가온다.
어떤 대목은 몇 차례로 헤쳐 썼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와 관련한 어록(마태복음 5:38~42)은 ‘보복보다 용기와 지혜로 악에 맞서라’는 주제 하에 네 겹의 다른 통찰을 들려준다. 하루에 한 장씩 곱씹으며 우리 삶의 방향과 지향해야 할 가치를 묵상하자는 의도다. 종교적 신앙이 아닌, 시대를 앞서간 어른의 말씀으로 재해석된 225개 잠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