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총리 “잘못된 관용은 부적절”
극우정당 “재이주” 목소리 높여
아프가니스탄 남성이 독일의 한 공원에서 흉기를 휘둘러 2세 유아 등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독일에서는 외국인 흉악범죄가 이어지고 있어 이번 사건은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정치적 논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47분 독일 서부 아샤펜부르크 시내 한복판에 있는 쇤탈공원에서 28세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이 흉기로 시민을 공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공격으로 모로코 출신 2세 남아와 범인을 저지하려던 41세 남성이 숨졌다. 또 2세 시리아 출신 여아와 72세 남성, 59세 유치원 교사 등도 부상을 입었다.
아샤펜부르크는 헤센주 최대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인구 7만명의 도시다. 사건 당시 공원에는 어린이집 유아 5명이 인솔 교사와 함께 소풍 중이었다. 용의자는 유아들을 공격했고, 이를 저지하는 행인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 도주하던 용의자는 오전 11시59분쯤 인근 철로에서 체포됐다.
요아힘 헤르만 바이에른주 내무장관은 용의자가 2022년 11월 독일에 입국했으며 폭력 범죄로 최소 3차례 체포된 전력이 있다고 발표했다. 또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스스로 망명 신청을 취소해 절차가 중단되면서 출국을 앞둔 상태였다고 밝혔다. 헤르만 장관은 용의자가 마지막으로 거주했던 보호소를 수색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최근 몇 달 동안 외국인에 의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달 20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마켓에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이민자가 차량을 몰고 돌진해 6명이 숨졌다. 지난해 5월에는 만하임의 광장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반이슬람 운동가들을 공격하다가 진압에 나선 경찰관을 살해했다. 8월에는 졸링겐의 지역축제장에서 시리아 국적자가 흉기를 휘둘러 3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독일 내 난민 정책과 관련된 논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독일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에 대해 망명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본국 치안 문제를 고려해 체류를 허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범죄를 저지른 아프가니스탄 난민 28명을 본국으로 추방하는 등 난민 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강한 반응이 쏟아졌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에 “보호받기 위해 우리를 찾아온 가해자들이 몇 주마다 벌이는 폭력에 괴롭다”며 “잘못 이해된 관용은 완전히 부적절하다. 당국은 범인이 어떻게 독일에 계속 머물렀는지 전력을 다해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범죄 이력이 있는 난민에 대한 체류 허가 기준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연합 대표는 엑스에 “바이에른 전체에 끔찍한 날”이라며 이번 사건을 “비열하고 비정한 범죄”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법과 질서를 회복해야 하고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장해 온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의 알리체 바이델 대표는 엑스에 “지금 당장 재이주”라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독일 공영방송인 도이체벨레는 이번 사건이 내달 총선을 앞두고 보안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샤펜부르크는 독일 주요 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나 기차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어 국내 치안 문제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