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의 무능과 후안무치

2025-04-27

지난 1월,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본예산을 신속히 집행하면 경제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예산을 상반기에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함으로써 경기 보강, 약자 복지, 민생 지원 등 추경의 효과를 상당 부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출예산의 75%를 상반기에 배정하고, 중앙정부 67%, 지방정부 60.5%의 신속집행률 목표를 발표했다. 추경은 편성, 심의, 집행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신속집행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4월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2%를 기록하며, 3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으로 전환됐다. 전 분기 성장률이 높은 때 역성장이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1%에 그쳤음에도 이번 분기에 역성장을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재정 지출의 성장 기여도가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정부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는 정부가 기대한 신속집행 정책의 효과가 경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신속집행으로 경기를 대응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조기집행이 효과를 발생시키는 이유는 연말에 불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집행되지 못한 예산은 하반기에 지출하면 되지만, 하반기에 사용하지 못한 예산은 불용으로 남기 마련이다. 상반기부터 부지런히 예산을 집행하면 하반기 불용을 방지할 수 있어 계획된 재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예산 조기집행의 효과는 그뿐이다. 또한 예산을 급히 집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업 평가와 성과 관리가 미흡하면 재정적 비효율성이 증가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경기 하강은 지난해 9월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예상했던 위험들이 아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불법계엄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웠던 소비와 투자는 더 얼어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거세게 시작된 통상전쟁의 충격은 전망기관을 뛰어넘었다. 소매판매지수, 소비심리지수, 연체율, 폐업률 같은 지표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자영업자의 고통의 아우성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상황이 이러니 재정정책에 관여하지 않던 한국은행도 이례적으로 추경 필요성을 거들고 나섰다.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조기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으며,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병행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상목은 본예산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경기 하방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책이 계엄을 염두에 두면서 편성했던 예산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설사 신속집행이 효과가 있다고 해도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리 걸려 넘어져 발목 인대가 늘어났는데, 계획된 대로 상체 운동을 두 배로 하면 발목이 나을 거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최상목 경제팀의 안이한 상황 판단과 잘못된 정책 때문에 올 1분기 우리 경제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놀란 기재부가 황급히 12조원 규모의 책임회피성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추경의 속도, 규모, 내용 면에서 여전히 문제가 많다.

추경이 집행될 수 있는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5월 말이다. 그때는 대선 중이라 추경 집행이 어려울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6월 말이 되어야 집행될 수 있는데, 그때는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므로 현재 12조원 규모의 추경은 부족해 보인다.

내용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민생과 관련해서는 소상공인 크레디트 지원과 상생 페이백 제도가 있지만, 지원 금액이 적고 전달 경로가 복잡하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지 분명하지 않다. 추경안의 상당 부분은 회계 간 기금 전출이나 예수이자 상환과 같이 작년 세수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감추려는 부분이 크다. 일반 예비비도 슬쩍 끼워 넣었다.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은 필요해 보이지만 한두 달 미룬다고 큰일 나는 문제가 아니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 확보는 국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상목은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로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글로벌 복합위기라는 핑계로 넘어가기에는 성과가 너무 처참하다. 이는 단순한 무능력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최상목은 반성 없이 측근들 자리 알박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니 후안무치하다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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