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헤쳐온 한 집안의 여정을 책에 기록

2025-02-1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민속아카이브 자료의 값어치를 조명하고 기증문화를 활성화하고자 《격동기 일상의 기록, 전주 류씨 일가 백년의 발자취》를 펴냈다. 이 자료집은 류익진 선생이 기증한 1,050점의 자료 중 사진, 기록물, 실물 자료 등 162점을 선별, 수록하여 한국 근현대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전주 류씨 일가가 세계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살아간 삶의 모습과 그 의미에 대해 조명한다.

□ 전주 류씨 일가, 시대의 파도를 넘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분단과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는 수많은 변곡점을 지나왔다. 이 자료집은 그러한 역사적 전환 속에서 전주 류씨 일가가 걸어 온 백여 년의 역정을 생생히 담고 있다.

이야기는 1899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난 류진걸(기증자의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다. 1918년 안동의 협동학교(協東學校)를 졸업한 류진걸은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고학하며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가정을 꾸렸다. 이후 류씨 일가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흩어져 생활하다 광복 이후 모두 한국에 정착했지만, 한국전쟁이라는 아픔에 휘말리기도 하였다. 이어 류필우, 류종규 등 후손들은 한국을 넘어 미국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사회 각계에서 활약했다.

기증 자료에는 류진걸이 일본에서 참여하였던 형설회, 무실회, 재일본조선무산청년동맹회와 같은 조선인 단체들의 기록이 있어, 당시 재일 한인 사회의 세밀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가족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을 살았던 독자들에게는 익숙하고 친근한 추억을,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는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 가족들의 안식처, 수애당

격변의 세월 속에서도 전주 류씨 일가의 안식처가 되어온 곳이 있다. 1939년, 류진걸이 경상북도 안동군 임동면 수곡동(현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에 지은 ‘수애당(水涯堂)’이 바로 그곳이다. 가족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었던 이 집은 1987년 임하댐 건설로 인한 수몰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의 위치로 옮겨 그 원형을 지켜오고 있다. 자료집에는 수애당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사진과 이전 과정이 기록된 자료를 수록하여 개발의 시대 속에서도 전통을 지키고자 했던 가족들의 노력을 조명한다.

□ 류익진 기증 자료, 더 깊이 들여다보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 편의 글을 자료집에 담았다. 기증 과정을 소개하는 글, 기증 자료를 매체 형태와 용도, 기능, 생산지, 생산 일자를 기준으로 정리·분석한 글, 그리고 호적과 편지, 상장과 증명서로 류진걸ㆍ류필우의 삶을 면밀히 살펴본 글이다.

《격동기 일상의 기록, 전주 류씨 일가 백년의 발자취》 자료집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의 <발간자료 원문검색> 꼭지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누리집(www.nfm.go.kr/paju)의 <아카이브 자료집> 꼭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책에 소개되지 않은 기증 자료들은 누리집 <민속아카이브 검색>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앞으로 이 자료들을 전시, 교육,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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