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 가고 싶었다. 더 높은 레벨을 원했다.”
FC서울 유스 출신으로 한국 연령별 대표팀까지 거쳤던 다니 다이치(한국명 김도윤)가 일본 축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90년대 인기가수 김정민과 일본인 가수 다니 루미코 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태극마크 대신 일장기를 달고 뛰는 모습이 축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다니 다이치는 현재 AFC U-17 아시안컵에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 중이다. 일본은 최근 베트남과의 B조 2차전에서 1-1로 비겼지만, 경기 결과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한국 유망주였던 선수가 일본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는 사실이었다.
김대길 본지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10번 싸우면 우리가 8번 이기고 일본이 2번 이겼는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되어 10번 싸우면 우리가 2번 정도만 이긴다”고 지적한다. 그는 “예전에는 일본 코치들이 한국에 와서 배웠지만, 이제는 유럽으로 직행한다”고 설명했다.
보인고 심덕보 감독은 “한국이 일본 축구에 20년 뒤져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10년 전에는 한 10년 뒤졌는데, 계속 더 뒤지고 있다. 경기해보면 딱 느껴진다”고 말했다. 심 감독은 각종 고교 대항전에서 우승했고, 최근에는 미드필더 배승균을 페예노르트로 직행 입단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는다.
다니 다이치가 중학교 3학년 시절 J리그 사간 도스 유스팀으로 이적한 것은 일본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과 선수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선택한 결과다. 일본축구협회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리그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2025년 초중고 축구 리그 예산 문제로 예정보다 한 달 늦은 지난 9일에야 막을 열었다.

심덕보 감독은 “일본은 유럽처럼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6세, 7세, 8세 이때부터 체계적으로 기본기를 다져서 올라오니까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처진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일본은 성적에 집중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당장 성적이 나야 하니까 주먹구구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대길 위원은 “성적 중심의 유소년 훈련이 성인이 됐을 때 힘을 쓰지 못하게 한다”며 “이것이 기술과 기본기 차이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큰 차이는 저변에서 드러난다. 대한축구협회 등록 전체 선수 숫자는 2022년 한 때 일본의 10분의 1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연도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본은 최소 6~7배 이상 선수 숫자가 많다. 김대길 위원은 “저출산으로 유소년 저변이 축소되고 있다”며 “축구 선수가 되는 길뿐만 아니라 축구를 하면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든지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결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니 다이치의 일본행에는 병역 문제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이중국적자로서 일본을 선택함으로써 한국의 징병제도에서 벗어난 것이다. 심덕보 감독은 “선수들이 병역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고 항상 운동을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아무리 해외에서 잘하고 있어도 나이가 되면 들어와야 하니까, 선수들이 이런 거에 병역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고 운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길 위원은 “선수들의 은퇴 시점이 보통 33~34세인데, 한창 잘할 때인 28~29세에 입대해야 한다”며 “은퇴 시점까지 병역을 미루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이런 제안은 형평성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손흥민(토트넘)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의무를 해결한 것처럼 극소수 선수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김천 상무에 입대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적이어서 모든 선수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