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스토리] "한 번 맞고 한 달 효과"…장기지속형 치료제 시대 온다

2025-02-22

글로벌 빅파마, 국내 바이오텍 기술 관심

비만·당뇨·탈묘 치료제 분야서 개발 활발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의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비만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매일 약을 투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바쁜 일정 탓에 투약을 깜빡했다가 '복약 순응도'(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정도)가 낮아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는 만성질환 환자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장기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을 앓고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번만 맞아도 한 달, 길게는 몇 개월의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 지속형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매일 약을 투약할 필요 없이 한 달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약물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돼 꾸준한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어 글로벌 빅파마들도 이 기술에 관심을 갖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국내 바이오텍들의 장기 지속형 치료 기술이 빅파마로부터 인정받아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펩트론이 지난해 10월 글로벌 빅파마 중 하나인 일라이릴리와 회사의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릴리의 펩타이드 약물에 적용하는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스마트데포는 체내에서 분해되는 구슬에 약물을 담아 일정한 농도로 서서히 퍼지게 하는 기술로, 약물의 효과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으며 투여 빈도를 줄이더라도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릴리는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를 개발한 회사로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기술을 해당 치료제들에 적용하면 주 1회 맞아야 하는 투약 주기를 1개월까지 늘려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펩트론은 스마트데포 기술을 활용해 1개월 이상의 장기 약효 지속성을 지닌 비만·당뇨치료제 'PT403'을 개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로 국내를 포함해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총 20개 국가에서 특허를 출원한 상태입니다.

지투지바이오는 지난달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펩타이드 의약품의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회사의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이노램프'(InnoLAMP)'를 활용해 펩타이드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혁신적인 제형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노램프 기술은 약물을 미세한 입자 형태로 만들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약물 전달 플랫폼입니다. 이 기술은 특히 펩타이드 계열 약물을 미립구 내부에 40% 이상의 높은 함량으로 탑재할 수 있어, 약효를 장기간 지속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투지바이오 또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1개월 지속형 비만·당뇨병 치료제 'GB-7001'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기 지속형 치료제 개발은 비만·당뇨 외에도 탈모치료제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탈모치료제는 현재 경구용 약물과 도포제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약물들은 장기간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나지만, 매일 먹거나 발라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중간에 투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지속형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종근당은 투여 간격이 3개월인 장기 지속형 주사제 형태의 탈모치료제 'CKD-843'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국내 임상 3상에 돌입했습니다. 개발 중인 약물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경구용 탈모치료제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와 동일 성분의 치료제로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용 약물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웅제약도 인벤티지랩·위더스제약과 함께 남성형 탈모치료를 위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 'IVL-3001(성분명 피나스테리드)'을 개발 중입니다. 투약 주기는 한 달에 한 번으로 국내 3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기 지속형 치료제 개발은 치매와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종근당과 인벤티지랩이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장기지속형 치료 기술이 다양한 치료 분야로 확산하면서 환자의 복약 부담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지 주목됩니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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