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챙겨야 할 여름 패션 아이템
1996년 MBC 16부작 ‘애인’은 성공한 30대 직장인들의 고독과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시청률도 좋았지만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황신혜와 유동근의 드라마 속 패션이 커다란 화제를 모으며 ‘완판’된 기록도 갖고 있다. 이때 유동근이 히트시킨 것이 바로 ‘블루 와이셔츠(드레스 셔츠)’다. 당시로선 출근 복장으로 블루 와이셔츠를 입는 것이 파격적이었고,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블루 와이셔츠 입기가 유행했던 현상 또한 화제였다.

지금부터 29년 전에는 이렇게 직장인의 셔츠 색깔 하나 바뀌는 것도 뉴스였다. 그만큼 컬러 선택에 보수적이었다. 물론 요즘 직장인들에게 블루 드레스 셔츠 입기 정도는 평범하다. 그렇다면 블루 남방(캐주얼 셔츠) 입기는 어떨까.
올 여름처럼 살인적인 더위일 때는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반바지에 티셔츠 한 장 입고 슬리퍼를 신는 게 제일이지만 이 차림은 가장 시원한 차림일 뿐, 격식과 예의를 갖춘 출근복으로도 휴일 또는 휴가철 멋쟁이 차림으로도 맞지 않다. 이럴 때 가장 요긴한 것이 바로 린넨 또는 면 소재의 블루 캐주얼 셔츠다.

블루 계통 컬러는 화이트보다 관리하기 편하고, 핑크보다 입기에 부담 없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해 보이는 데 이만한 컬러가 없다.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을 ‘아주리 군단’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의 전통적인 유니폼 색상 블루(이탈리아어로 ‘아주리’) 때문이다. 초록색 잔디 위에 푸른 유니폼을 입은 사나이들이 땀 흘리며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수채화가인 아라이 미키는 자신의 색채 그림책 『색이름 사전』에서 파랑(blue·블루)의 긍정적인 힘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늘이나 바다 같은 색의 총칭이다. 우리의 힘으로는 도달할 수 없어 높은 하늘을 품은 색으로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심신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창조성을 증가시켜준다고 한다. 파랑이 가진 이상적이고 신비한 힘은 ‘청운의 꿈’ ‘청신호’ ‘청사진’ ‘푸른 하늘’ 등의 표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선 블루 계열의 다양한 컬러를 소개하고 있다. 남색·쪽빛, 옥색, 은옥색, 감색, 북청색, 암청색·검은 남색, 터키즈 블루, 하늘색, 물색, 인디고 블루, 색스 블루, 대청색, 카프리 블루, 울트라 마린, 이집션 블루, 프러시안 블루, 코발트 블루, 세룰리언 블루, 시안, 네이비 등. 하나같이 그 이름을 읽기만 해도 기분이 청량해지는 컬러들이다.
이런 블루 계열의 캐주얼 셔츠는 어떤 컬러의 하의와도 잘 어울린다. 청바지는 기본. 여름철 필수 아이템인 화이트·카키·베이지 면 바지에도 한 세트처럼 어울린다. 사진 공유 플랫폼 핀터레스트는 MZ세대가 패션 아이디어를 얻을 때 많이 찾는다. ‘핀터레스트 룩’이라고 불리는 스타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자 블루 셔츠(man’s blue shirt)’를 검색해보니 출근룩부터 리조트룩까지 다양한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멋쟁이가 되기 위한 연출 팁을 제안하자면 첫째, 캐주얼 셔츠 소재는 린넨이 가장 좋다. 가볍고 시원한 린넨은 여름철을 대표하는 직물이기도 한데, 보통 구김이 많이 가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적당히 구겨진 린넨 셔츠의 자연스러운 주름은 오히려 자유롭고 한가한 느낌을 줘서 멋스럽다. 그래서 린넨 셔츠를 입을 때는 다림질을 아주 잘 해야 한다. 꼬깃꼬깃 하게 뭉쳐진 주름은 자연스럽게 펴주되, 주름 한 줄 없이 빳빳하게 다리면 린넨 특유의 멋은 사라진다.

둘째, ‘셔킷(셔츠+재킷)’을 활용하라. 중년 남자가 티셔츠 한 장만 입었을 때 문제는 ET처럼 볼록한 배를 감출 수 없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남자들처럼 캐주얼 셔츠 한 장만 입어도 좋지만, 흰색 티셔츠를 하나 받쳐 입고 블루 캐주얼 셔츠 단추를 풀어 재킷처럼 활용한다면 멋스러운 스타일 연출과 몸매 커버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와이셔츠가 아니고 드레스 셔츠=양복 안에 받쳐 입는 깃과 소매가 있는 상의를 보통 ‘와이셔츠’ 또는 ‘와이샤쓰’라고 부른다. 이는 영어 ‘화이트 셔츠(white shirts)’를 일본어 발음대로 불렀던 명칭이다. 패션 용어로 공식 명칭은 드레스 셔츠(dress shirt)가 맞다. ‘남방셔츠’는 본래 하와이안 셔츠처럼 날씨가 더운 남방(南方)지역에서 입는 반팔 소매 옷에 붙여진 이름이다. 무늬가 화려한 게 특징인데, 요즘은 소매 길이나 무늬 유무와 상관없이, 드레스 셔츠보다 격식 없는 셔츠를 통칭하며 패션 용어로는 ‘캐주얼 셔츠(casual shirt)’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