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내년 지방선거 전략입니다."
최근 접촉하는 국회의원과 보좌진, 정치 평론가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정당 지도부 발언, 국회의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쓰는 글, 법안 발의, 본회의 법안 처리 등 정치권에서 발생한 사건에 숨어 있는 맥락을 찾고 정치적 함의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하면 어김없이 지방선거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정치권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일을 선거와 연결하면 해석된다는 의미일 터이다.

검찰청 해체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 연장법,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올해 하반기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몰아붙인 쟁점 법안도 큰 그림에서 보면 내년 지방선거 승리 전략으로 귀결된다. 이에 맞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대응한 국민의힘 움직임도 큰 흐름에서 보면 민주당 입법 독주를 부각하고 내부 결집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수렴한다.
문제는 정치권 시선이 내년 지방선거로 향한 결과 정작 '국민을 위한 정치'는 사라졌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선거 전략으로 쟁점 법안을 밀어붙인 결과 민생 법안은 후순위로 밀렸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법이 꼽힌다.
올해 초 중국발 '딥시크 쇼크'가 산업계뿐 아니라 정치권을 강타했다. 정치권은 국내 AI 지원을 위해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반도체특별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을 막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도 계류 중이다. 그러는 사이 올해 마지막 본회의는 12월 30일에 끝났다.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민생 법안은 200건에 육박한다. 민주당이 헤아린 민생 법안만 109건이다. 현재 여의도 분위기에서 민생 법안이 새해에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새해 1호 통과 법안으로 '2차 종합 특검법'을 꼽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란 이슈를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차 특검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할 태세다. 이런 상황이면 연초에도 필리버스터 정국이 이어지며 여야가 대치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에서 국민은 사라지고 선거만 남는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당헌에 국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목적이 제시된 당헌 제2조에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등을 지향한다고 적시돼 있다. 국민의힘도 당 목적을 제시한 당헌 제2조에서 '국민 자아실현과 행복을 고양하는 게 정당 중심 목표'라고 천명했다. 당 목적 어디에도 선거 승리는 없다. 국민은 없고 선거만 남은 지금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당이 존재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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