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아문디 '실적부진'... 점유율 1%도 못미쳐
총 54개 상품 中 26%, 순자산 50억원 미만
'상폐' 위험... 영업이익 제자리 등 '만성 부진’
길정섭 신임 대표 선임... 인적 쇄신 나섰다
"운용업 경험 30여년... 도약 적임자 평가“
ETF 시장 185조원... 이면에 '양극화' 있어
"실적부진, 빨리 벗어나기 어려워" 업계 우려
![](https://meconomynews.com/news/photo/202502/108089_128185_4154.jpg)
침체 늪에 빠진 NH아문디자산운용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길정섭 신임 대표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 중 중소형사 부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 중 한 곳이 NH아문디자산운용이다. 총 50여개 상품 중 절반이 100억원에 못 미치는 자산을 나타내고, 상장 폐지 기준인 '운용자산 50억원 미만' 상품은 26%에 달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이를 벗어나기 위해 농협중앙회 출신 길정섭 대표를 선임했고 ETF(상장지수펀드)본부장을 교체하는 등 강수를 뒀다. 다만 일각에서는 심해지는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기반으로, 부진에서 빠르게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관망한다.
![](https://meconomynews.com/news/photo/202502/108089_128187_4256.png)
![](https://meconomynews.com/news/photo/202502/108089_128189_4753.png)
1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내 ETF 시장의 총 순자산금액은 지난 10일 종가 기준 185조 1190억원 수준이다. 그중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삼성자산운용(점유율 38.16%)과 미래에셋자산운용(35.57%)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70조 6459억원, 65조 8468억원 등으로 그 합이 73.73%에 달한다.
이어 점유율은 ▲한국투자신탁운용 7.79%(순자산 14조 4264억원) ▲KB자산운용 7.78%(14조 4088억원) ▲신한자산운용 3.34%(6조 1973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 2.10%(3조 8901억원) ▲한화자산운용 1.89%(3조 4999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 0.94%(1조 7526억원) ▲하나자산운용 0.73%(1조 3648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 0.63%(1조 1799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중 NH아문디자산운용은 갈수록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2023년 1월까지만 해도 점유율 1.66%를 나타내며 전체 시장 중 7위를 나타냈는데, 같은 해 7월 신한자산운용에 밀리며 8위로 하락했다. 이후 2024년 1월 점유율은 1.44% 수준까지 줄었고, 올해 1월 0.96%, 지난 10일 기준 0.94%까지 축소됐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NH아문디자산운용의 상품은 총 54개다. 그중 절반(27개)이 100억원에 못 미치는 자산 규모를 가진다. 또 25.92%(14개)에 달하는 상품이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된 지 1년이 경과된 ETF 중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 한국거래소가 관리종목으로 지정 가능하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다음 반기 말까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상장 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2018년 처음으로 ETF 브랜드 'HANARO'를 선보이며 2021년 업계 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후 NH아문디자산운용이 시장 공략에 실패하며 외형이 줄어든 것은 물론,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 속 경쟁력을 좀처럼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자산이 하락세를 보이진 않은 채 조금이나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1년 341억원, 2022년 360억원, 2023년 355억원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은 278억원으로 그 전년인 2023년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27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직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지난해 역시 제자리걸음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https://meconomynews.com/news/photo/202502/108089_128199_5937.jpg)
NH아문디자산운용은 이 같은 '만성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지난해 말 선임된 길정섭 신임 대표는 취임과 함께 ETF 경쟁력 제고와 실적 개선을 과제로 떠안은 셈이다.
길 신임 대표는 한국외대 대학원 국제금융학 취득 후 2018년부터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상품 개발단 단장을 맡으며 농협금융지주와 인연을 시작했다. 이후 농협중앙회에서 상호금융증권운용부 부장, 충남지역본부 본부장, 농협은행 자금운용 부문장, 농협금융지주 에셋전략 부문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농협은행 자금운용부문장 시절, 유가증권과 파생금융상품 관련 수익을 3조억원가량 끌어올리며 2년 만에 50% 이상의 성과를 시현한 바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길 대표 선임 당시 "그는 금융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 분야 내에서 30여년 동안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라며 "농협금융지주 부사장 역임 시 2대 주주인 아문디와의 협력 경험을 기반으로 도약을 준비 중인 NH아문디자산운용을 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ETF본부장도 교체했다. 기존 김현빈 본부장은 마케팅부문으로 옮기고, 김승철 패시브솔루션본부장이 ETF투자본부장을 맡게 됐다. 신설된 ETF투자부문 부문장으로는 한수일 채권운용부문장이 자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적 쇄신이 있었다고 한들, 이미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자산운용업계에서 NH아문디자산운용이 이른 시일 내 성장을 이루긴 어렵지 않겠느냐 염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수익 격차는 심화된 지 오래"라며 "국내 ETF 시장의 한계 중 하나로 무조건적인 쏠림 현상을 꼽을 수 있지만, 단기간에 이것이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ETF는 특히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중요한 시장인데, 중소형사의 경우 시장 흐름을 제때 따라가지 못했던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NH아문디자산운용의 경우 이전 대표의 운용업 경험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던 만큼 이번 인적 쇄신에 기대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TDF(타깃데이트펀드) 시장 등 여러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것도 사실"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지금이라도 성장해야 앞으로 더 심해질 '양극화 시장'에서 더 빨리 부진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