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저에게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십니까?”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첫 재판을 앞두고 반성문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군인을 두 번 죽이지 말라며,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위법하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부하를 사지로 몰았다”며 과오도 인정했다.
그가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당위적인 요구는 가능하지만 ‘절대복종’이 몸에 익은, 30년 넘게 군복을 입은 그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 국방위원회와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대통령 지시’를 증언함으로써 내란의 실체를 드러나게 한 것에 대해, 그와 같은 해인 1991년 소위로 임관했고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세상에 알린 군 내부제보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용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곽 전 사령관의 증언뿐만 아니라 정보사령부 요원들의 진술 등을 통해 ‘경고성 계엄’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고 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도 확인됐다. 그래도, 14일부터 시작되는 재판을 통해 윤석열의 내란죄를 엄단하기 위해서는 군 내부의 추가 제보가 더욱 중요하다.
부패방지권익위법에서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해 사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부패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수사기관·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 신고뿐만 아니라 국회나 법원 증언,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하는 때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위법·부당한 지시는 직무 관련 권한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에서 증언한 곽 전 사령관의 행위는 부패행위 신고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위법행위에 가담한 자라도 신고할 경우 형이나 징계 감면 조항이 있다는 점에서 내란에 연루된 군인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대한다.
그러나 법적 보호가 보장된다고 해도 군 내부제보는 쉽지 않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군 내부제보자들은 파면 등 불이익을 당했으며,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 역시 재판을 받고 있다. 군은 여타 공직사회보다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의 계급 문화가 강하다. 여기에 사관학교 출신으로 맺어진 연고주의와 온정주의, 전역 후 재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내부제보가 더 힘들다. 신고자는 인사상 불이익 같은 위험이 따르는 반면 피신고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 사례가 많아 제보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내란 사태의 진실규명뿐만 아니라 권한 남용, 예산 비리, 인권 침해 등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제보가 가능하도록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신병교육대, 사관학교, 병과학교에서 내부제보 교육을 의무화하고, 국방일보·국방방송·내무반 게시판 등을 활용한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익신고 옴부즈만을 운영해 신고 채널 활성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제도적 개선도 필수다. 내부제보자가 국방부 감사부서나 권익위로 파견되거나, 해외 근무·연수 기회를 받도록 해 보복 인사를 방지해야 한다. 사병에 대해서는 조기 전역이나 복무 단축 등 특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군형법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만, 형법은 포함되지 않아 내란죄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 나아가 모든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익신고자지원기금 설치가 필요하다. 벌금 수납액과 출연금 등을 활용해 공익신고자의 법적·경제적 보호를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신성한 국방이 다시는 내란에 악용되는 불행이 없기를 바라며, 군의 자정 노력과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