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사이에 파벌 있어선 안 돼"

2024-06-27

구술총서 7 「법관의 길 박만호」 발간

"사법부는 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기관입니다. 특정 사건에 대해 원장이 지시를 하거나 이런 게 있을 수 없고, 자기가 책임지고 독립해서 양심과 법률에 따라서 재판하는 것인데, 그 법률을 무슨 학회에 있는 사람은 이렇게도 해석하고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못 합니다. 법률 해석은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례를 내고 이런 거니까요. 판사들 사이에 파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거지요. 코드 인사를 한다든가 이런 말도, 그런 말이 없도록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말이 없어지도록 지금 남아있는 분들이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박만호 전 대법관은 후배 법조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2018년 진행된 구술녹취에서 한 말로, 법원도서관이 최근 박 전 대법관의 구술을 담아 법원 구술총서 7 「법관의 길 박만호」를 발간했다. 1961년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법관의 길을 걸은 박 전 대법관은 서울형사지법 수석부장(직무대리), 서울민사지법 수석부장(직무대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 법원행정처 차장 등 법원내 요직을 거쳐 1991년부터 97년까지 6년간 대법관으로 재임했다.

30년 넘게 판사로 재직한 만큼 재판장 또는 주심으로 선고한 판결도 수없이 많다. 특히 대법관 시절 선고한 경찰서 보호실 폐지 판결, 외설 판단을 내린 마광수 교수 판결, 무노동 무임금 판결 등이 유명하다.

경찰서 보호실은 형사계에 설치되어 있던 철창형 보호실인데, 경찰이 운동권이었던 피의자를 입건해 보호실에 들어가라고 밀어 넣자 "내가 왜 여기 들어가느냐"라며 경찰관을 밀어 젖히고 옷을 찢는 등 반발해 경찰관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사건이다. 박 전 대법관은 "영장 없이 열흘, 한 달을 가둬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건데 '경찰서 보호실'이라는 게 법적 근거가 없었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 철창 안에 들어가라고 하면 안 들어가는 것이 국민의 정당한 저항권 아니냐, 그건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다 이렇게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다음 날로 보호실이 전국에서 다 없어졌음은 물론이다.

박 전 대법관은 로스쿨 제도에 대해 "각 나라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본도 로스쿨을 하고 있으니까 이제는 도리가 없고, 돌이킬 수가 없는 거"라며 "그런데 나는 시기상조였다고 봤던 거"라고 했다. 이어 "같이 재판을 해보면 참 답답한 사람도 있고, 능력이 좋은 사람도 있다. 같은 값이면 능력이 좋은 사람이 재판을 해야 된다. 그래야 재판을 잘하지 재판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그리고 재판은 정말로 양심이 있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후 잠시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은퇴하고 속초에서 생활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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