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부터 울산저널TV 유튜브 방송에 <인문톡쇼>가 신설되었습니다. 역사학자 전호태 울산대학교 교수와 인문학 운동가 최미선 한약사가 만나 매달 한 차례씩 깊이 있는 지식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시간을 가집니다. 유튜브 영상은 사전 녹화로 진행하고, 기사가 나가는 금요일 오전에 업로드됩니다. 영상은 QR코드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울산저널의 대표 콘텐츠 중 하나가 될 <인문톡쇼>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최미선(이하 최): 안녕하세요. 전호태와 최미선의 인문톡쇼, 오늘 첫 번째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요즘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전호태(이하 전): 잘 지냈습니다.
최: 은퇴하시지 않나요?
전: 네. 그래서 이제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이 됐습니다.
최: 그럼 강의는 계속하시고?
전: 강의는 당분간 할 겁니다.
최: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전: 그렇죠. 이제 시작 내일부터 강의를 시작하죠.
최: 혹시 강의를 위한 준비를 여전히 하고 계시나요?
전: 학기마다 약간씩 업그레이드를 해야 돼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개선된 형태로 PPT를 만든다든가 뭐 문구를 다듬는다든가 그런 일은 계속하죠.
최: 오늘 교수님과 제가 역사와 인문학의 만남, 인문톡쇼를 앞으로 계속 진행하게 될 건데요. 저는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교수님은 어떠신지.
전: 저는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모든 학문의 근본은 역사, 그 위에 인문학이 성립한다
최: 네, 잘 시켜보겠습니다. 교수님. 인문과 역사학, 어떤 관계로 규정해야 될까요?
전: 인문과 역사학의 관계. 글쎄요. 뭐 학자에 따라서는 문사철, 문학 역사 철학이 인문학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다, 라고 말을 하는데 제 관점에서는 모든 학문의 근본이 역사예요. 예를 들어서 공학에서 공학사, 체육에서 체육의 역사, 미술에서 미술의 역사처럼 모든 학문은 역사 위에 성립하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 역사가 기본이고 그 위에 인문학이 성립한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이제 3월이 됐잖아요.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날이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3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풀어나갈까 합니다.
전: 3년, 3개월, 30년, 뭐 이렇게 나가는 게 많죠.
최: 제가 3자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는 심청전에 나오는 3이라는 숫자였거든요.
전: 심청전에 3이란 숫자가 나오나요?
심청의 3년, 돌아갈 수 없는 존재자
최: 심청이 도화동에서 태어나서 살다가 용궁 갔다가 다시 궁궐이라는 장소로 가잖아요. 자기 생애 동안 세 곳의 공간 변화를 해요. 거기서도 3이 나오고. 그다음에 궁궐에서 아버지를 잊지 못해 이제 편지를 쓰는 내용이 나와요. 그 대목이 아버지 슬하를 떠난 지 3년 되었다, 이런 표현이 나오거든요.
전: 3년이 되네요.
최: 이 3년 동안 심청이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저한테는 관심사였거든요. 이유가 뭐냐면 도화동을 돌아가지 않아요.
전: 응, 그렇죠.
최: 절대로 도화동, 그러니까 옛 장소를
전: 돌아갈 수가 없겠죠.
최: 심청이 3년의 세월. 이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다른 존재자가 된 거죠. 존재의 변이를 겪었다, 라고 저는 생각을 했고, 이 3년의 세월이 심청이에게는 어떤 세월이었을까, 이런 관점으로 심청전을 읽다 보니 3이라는 숫자가 저한테는 눈에 들어왔고, 세 번의 공간이거든. 그래서 이 3이라는 숫자가 심청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숫자가 아니었나. 그래서 3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어요.
전: 3년을 단위로 한 이야기는 역사에 많이 등장하거든요. 예를 들면 신라시대 때 임신서기석이라는 두 청년이 맹세를 나누는 내용을 이렇게 돌에다 새겨요. 그것이 발견됐는데, 거기에는 내용이, 이런, 이런 책을 우리 3년 안에 다 읽자. 거기에 3년이라고 딱 돼 있어요. 그리고 보통 어떤 생의 전환을 겪거나 어떤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갈 때 필요한 기간을 3년으로 잡는 경우는 비교적 많이 있죠.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이런 데서는 그렇게 많아요.
최: 혹시 교수님은 3년의 기간을 두고 어떤 무언가를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전: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역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전염병이 있었잖아요. 그 기간에 제가 3년 동안 서예를 공부했어요. 그래서 이제 서예 작가가 됐고.
바리데기의 세 번의 3년
최: 비교적 긴 시간은 아니잖아요.
전: 기본적인 시간이죠. 그러니까 기본을 배우는 시간. 예를 들면 우리 역사 속에서 무가 같은 거를 보면 서사무가에 바리데기 신화라는 게 있어요. 바리데기 신화에 보면 이 바리데기가, 버려진 일곱 번째 공주가 죽을병에 걸린 왕과 왕비를 살리기 위해서 서천 서역 머나먼 길을 가는데, 중간에 최종적인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 9년 동안 무장승이라는 신의, 일종의 더부살이 비슷하게 신을 돕는, 뭐 사실은 종살이인데, 그런 걸 하는데 3년, 3년, 3년 단위로, 나무를 3년 한다고 불을 3년 하고 뭐 이런 식으로 3년 단위로 그가 해야 될 일의 내용이 변화를 해요. 그런 걸 다 마무리한 다음에 마지막에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데, 그런 것처럼 3년이라는 단위는 자주 나와요.
최: 이 3년이 정말 전환의 계기가 되고 새로운 존재자로 변환의 시기가 될 수도 있는데 반대로 3년이 안 좋게 끝나는.
전: 그럴 수도 있죠. 생의 전환이 나쁜 방향으로 가면. 혹시 그런 거 좀 아세요? 기억나는 게 있어요?
불행한 3, 히스클리프
최: 히스클리프 이야기. 저주의 3년. <폭풍의 언덕>이라는 작품에서 히스클리프가 입양이 됐는데 워더링 하이츠에 있는 집에 3년을 떠나요. 어떤 계기로 구박받고 있다가 3년을 떠나서 다시 돌아오는데 그때 다시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거의 악마가 돼 있거든요.
전: 저주의 시간이네요.
최: 그렇죠. 이 히스클리프의 3년의 시간이 과연 어떤 시간이었을까. 그러니까 분노를 곱씹고 복수를 다짐하는 그런 시간이지 않았을까.
전: 선한 존재로 이렇게 바뀌는 게 아니라 악한 존재로 바뀌는.
최: 결국 마지막에는 관처럼 된 어떤 관에 들어가서 스스로, 스스로는 아닌데 죽음을 맞이하거든요. 그래서 3년 만에 돌아온 이 워더링 하이츠가 그에게는 이제 관속이었던 것 같아요. 관속 같은 존재.
전: 그냥 되돌아온 게 문제가 되겠네.
최: 그렇죠. 안 돌아왔으면 여기 이곳은 평화로운 공간이었을 텐데.
전: 심청이가 도화동 떠났듯이. 떠난 걸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최: 히스클리프 결말. 그렇죠. 다른 공간으로 계속 나아갔어야 되는데 돌아옴으로 인해서 악마화돼서 자신의 과거를 곱씹는 악마적인 존재로 돌아옵니다. 그런 거 보면 3년이란 기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좋은 기간은 아닐 수도 있다.
전: 3으로 시작하는 것들. 이 3이라는 게 상당히 어떤 면에서 의미가 있거든요. 원래 사람이 터부라는 게 있고 징크스라는 게 있는데 그런 것들을 결정할 때 3이라는 숫자를 내세우는 경우가 비교적 많아요. 그러니까 좋은 뜻에서든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에서건. 우리 주변에 보면 3으로 마무리된 게 많거든요. 예를 들면 뭐 <아기 돼지 삼형제>부터 시작해 가지고, 삼존불 부처가 있으면 좌우에 보살이 둘 해서, 3. 그다음에 기독교에서 말한 삼위일체. 그래서 이 3이라는 숫자가 가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숫자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다 보면, 3을 최초의 완전수로 여기는 개념이 있거든요. 그게 뭐냐 하면 홀수 1, 짝수 2, 이게 최초의 홀수와 짝수예요. 이 둘을 합하면 3이 되는데 이게 처음으로 나눌 수 없는 숫자다, 라고 그래서 이 3을 완전수라고 그래요. 그런 것에 근거해서 삼위일체론이니, 3년이니, 세 번이니. 실제 우리 삶의 현장에서 보면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세 번이요, 아웃 되죠. 또 3심제가 있잖아요. 초급 중급 대법원. 그런 식으로 3에 의해서 마무리되거나 모든 것이 끝나거나 뭐 그런 경우도 많아요.
최: 한의학적인 숫자 3. 간, 목어. 3이 한의학에서 오면 또 출발의 수이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38목이라고 그래서 목의 기운을 나타내는 숫자인데, 봄이라든지 피어나는 거 생성하는 수를 또 3으로 보기도 하거든요. 인체에 대비했을 때는 3이 간을 의미하거든요. 간이 해독을 하고.
전: 나 간이 안 좋은데.
최: 어쨌든 한의학에서는 또 출발, 새로움, 시작, 그다음에 나무 이런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전: 그러니까 샘, 보세요. 우리 주변에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그리고 마침 대학생 되잖아요. 네 그런 것처럼 이제 3월 단위로 어떤 마무리 짓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최 대표는 3이라든가 5라든가 7이라든가 2라든가 4라든가 8이라든가, 어떤 숫자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거나 생각을 하는 게 있나요?
여성의 생애 주기는 7
남성의 생애 주기는 8
최: 저는 7, 8 이 숫자에 좀 관심을 가지는데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생애 주기를 7 단위로 끊거든요.
전: 7 단위로.
최: 7살에 어쩌고, 14세는 어쩌고, 21세는 어쩌고, 그다음에 49세 갱년기에 또 어쩌고. 이렇게 생애 주기가 바뀌는 걸 7단위로 끊고요. 남성의 경우는 8 단위로 끊거든요.
전: 아, 그래요?
최: 8세는 어떻고 16세에는 어떻고 이런 식으로.
전: 남성과 여성이 좀 다른가요?
최: 그렇죠. 신체 주기가 조금 틀려요. 그래서 여성이 7년 주기로 조금 남성보다 일찍 성숙합니다.
전: 아~ 하긴 그러고 보니까 3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숫자가 7인 것 같아요. 불교에서 7세 부모를 지옥에서 천국으로, 정토죠, 정토로 옮겨가게 할 때 7세 부모까지 내가 좋은 일을 하면 그 영향이 7세 부모까지 미친다.
최: 7세 부모가 일곱 세….
전: 일곱 단계의 조상. 예를 들어서 49제라는 걸 할 때 7 곱하기 7에 49잖아요. 7을 단위로 해서 정하는 것도 사실은 많은 거죠. 북두칠성도 7개의 별로 별자리를 만들잖아요.
최: 다시 심청전으로 돌아오는데. 심청이가 아버지를 대신해서 구걸을 하기 시작하는 게 7세거든요. 7살 때 아버지 집에 계십쇼.
전: 3 다음에 7이네.
최: 네. 아버지 대신에 아버지를 봉양하겠습니다, 이러면서 거리로 나선 게 7세거든요. 그러고 보니까 3하고 7하고 밀접한, 또 둘이 또 친한 숫자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전: 사람이 숫자에 매인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스스로 만들어내는 어떤 터부나 징크스나 뭐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런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죠?
최: 그럼 교수님은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숫자가 있습니까?
전: 난 메이는 게 없어요.
최: 자유인이시네.
전: 나는 도사거든.
최: 그럼 제가 뭐가 됩니까?
전: 뭐. 도사 친구가 되는 거지.
최: 이제 거의 된 것 같은데.
전: 그래요? 다음에 그럼 어떤 얘기할까요?
최: 다음에 교수님 책 중에 <감은 눈>이라는 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감은 눈>에 대해서 할 얘기가 좀 많아서 다음 주제는 <감은 눈> 어떨까요?
전: 이야기가 될 만하면 하고 아니면 또 다른 것으로도 할 수 있죠. 제 생각에는 뿔, 이런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최: 교수님은 뿔, 저는 <감은 눈>. 오케이.
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최: 네. 그럼, 오늘은 첫 번째 시간 여기까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전: 그래요. 네, 감사합니다.
이민정 기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