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 자공이 물었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한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착한 이는 나를 좋아하고 악한 자는 나를 미워하는 것만 못하다.” 참 명쾌한 답이다. 악한 자는 당연히 선을 미워한다. 악인의 미움은 나의 선을 증명하는 거울이다. 존경과 사랑과 지지는 선한 자로부터 받아야지 자신을 미워하는 악인까지도 사탕발림으로 달래서 자기편으로 만들려 한다면 그것은 이중인격자의 간악한 행위이다. 이 시대의 상당수 정치인이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악한 자도 끌어모아 자신을 향한 환호성을 키우려 든다면 표를 구걸하는 거지에 다름 아니다.

정치인 스스로 자신이나 자기 당의 노선을 규정하려 들지 마라. 보수, 진보, 좌·우는 물론 중도라는 얘기도 하지 말라. 노선이 따로 있지 않아야 한다. 다만 ‘정도(正道)’만 있어야 한다. 정도를 행하면 저절로 중심이 잘 잡힌 안정된 중도(中道)를 가게 된다. 그것이 곧 ‘윤집궐중’(允執厥中·중앙일보 2월 4일자 29면 ‘시론’ 참고)의 이치이다. 표를 구걸할 요량으로 사악한 자들의 집회장에 가서 마이크를 잡고 선동을 하면 자신도 망치고 나라도 망한다. 악한 자들의 미움을 받는 길, 그것이 바로 정도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