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1선발 드류 앤더슨(31)이 살아났다. 초반 부진을 완전히 털어냈다. 지난 26일 키움전에도 선발 등판해 6.1이닝 14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앤더슨의 부활 계기는 지난 ‘출산 휴가’다. 앤더슨은 최근 2차례 일본인 아내가 있는 일본 히로시마를 다녀왔다. 지난달 29일 1차로 갔다가, 아내의 출산이 예정일보다 늦어지면서 중도 귀국했다. 앤더슨은 9일 다시 출국해 갓 태어난 아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첫아들의 탄생은 당연히 기쁜 일이지만, 우려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러잖아도 시즌 출발이 좋지 않은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사이 컨디션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앤더슨은 오히려 ‘출산 휴가’ 이후 시즌 초반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투수가 됐다.
시즌 첫 2차례 등판에서 앤더슨은 총 8.2이닝 9실점(7자책)을 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평균 151㎞를 던졌는데, 부진했던 2경기에는 140㎞대 공이 심심찮게 나왔다. 구위도 지난해 좋을 때와 같지 않았다. 이숭용 SSG 감독도 앤더슨의 구속과 구위 저하를 걱정했다.
그러나 일본을 다녀온 이후 앤더슨은 자기 공을 되찾았다. 지난 20일 LG전 최고 구속 158㎞를 기록하며 6.2이닝 동안 8삼진을 잡았다. 26일 키움전에도 최고 156㎞를 던졌다. 앤더슨의 시즌 평균 구속은 지금 152.3㎞까지 올라왔다. 지난 시즌보다 더 빠르다. 한화 코디 폰세(152.9㎞)에 이은 리그 2위다. 구위를 되찾으면서 자연히 성적도 좋아졌다. 4월 한 달 동안 앤더슨은 4차례 등판해 25이닝 동안 44탈삼진 평균자책 1.80을 기록했다.
우연이 아니다. 일본 출국 전 SSG는 데이터팀을 통해 피드백을 줬다. 데이터팀은 앤더슨이 지난해 좋았던 때에 비해 팔 각도가 다소 내려왔다고 봤다. 팔 각도만 다시 올린다면 충분히 구속도 구위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조언도 심플했다. “지난해처럼 던지자”는 것이었다. 앤더슨은 팀내 불펜 포수와 함께 일본으로 출국했다. 아내를 보살피면서 틈틈이 히로시마 인근 트레이닝 센터에서 공을 던졌다. 원래 폼을 찾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그 효과가 귀국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앤더슨은 강속구와 커브의 조합이 위력적인 투수다. 하이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다가 수직으로 크게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을 끌어내는 게 ‘필승 공식’이다. 그런데 팔 각도가 내려가면서 직구·커브 조합의 위력도 반감됐다는 게 SSG측 설명이다. 직구도 커브도 옆으로 휘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수직적인 위력이 줄었다.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때려내기 한결 수월해졌고, 그게 초반 부진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원래의 팔 각도를 되찾으면서 직구와 커브 모두 위력이 살아났다. 출산 휴가 기간에도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땀 흘린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