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일한국문화원 특별전시 '씬의 설계 :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계'
'한산', '헤어질 결심', '길복순' 등 한국 미술 감독들 프로덕션 디자인 조명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주독일한국문화원이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특별 전시회 '씬의 설계 :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상'전을 개최한다. 오는 13일부터 2025년 4월 24일까지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 영화 미술의 세계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영화의 성공 비결을 미술감독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영화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화감독 뿐 아니라 미술감독들이 성취한 ‘프로덕션 디자인’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은 특히 유럽에서의 평가. 그런 의미에서 유럽의 중심 국가인 독일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프로덕션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1939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처음 도입되었으며, 한국 영화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첫 번째 섹션의 주인공은 류성희 미술감독. 한국 영화 미술의 선구자로 통하며 영화 '아가씨'로 2016년 칸 영화제 ‘벌칸상’을 수상한 류성희 디자이너는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암살', '헤어질 결심' 등 수많은 대표작에 참여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벌칸상’은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 미술, 음향, 촬영, 편집, 시각효과 등에서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번외상이다. 칸 영화제에서 미술감독에게 이 상이 주어진 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월드 클래스 박찬욱 감독과 함께 했던 '아가씨'(2016)와 '헤어질 결심'(2022)의 프로덕션 디자인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며, 그의 상징적인 ‘벽지’ 디자인과 관련된 스케치, 도면, 현장 사진은 물론, 작업의 뒷이야기를 담은 사전 조사자료와 로케이션 사진도 공개된다.
이와 함께 한국 영화 미술의 살아있는 역사로 통하는 조화성 디자이너는 '초록물고기'부터 '한산 : 용의 출현'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 미술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디자인한 거북선과 판옥선, 안택선의 작업 과정이 3D 그래픽과 영상으로 재현되어, 관람객들에게 실제 배 내부를 탐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 한아름은 최신 한국 영화 미술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으로 영화 '킹메이커'와 '길복순'을 통해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콘셉트 디자인’ 과정을 중심으로, 영화의 비주얼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단계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양상근 주독일한국문화원장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가, ‘프로덕션 디자인’이라는 영화 미술의 관점에서 K-무비의 저력을 소개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