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구금’ 일단락… 남은 과제는 비자제도 개선

2025-09-12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길에 오르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분위기다. 이번 사안을 촉발한 근본 원인인 비자 제도를 개선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로 지적된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인 구금 사건 해결을 위해 방미한 기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당국자들과 만나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사태는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 직원들이 출장 비자로 불리는 B-1 비자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등을 소지한 채 근무했다는 점을 미 이민 당국이 문제 삼으면서 발생했다. 미국에서 일하려면 H-1B 등 취업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체포·구금된 직원들의 대다수가 B-1 비자나 ESTA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H-1B 비자는 연간 발급 한도가 정해져 있고 추첨제로 운영돼 받기가 쉽지 않다. 발급까지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기업들은 공사 기한 등을 맞추기 위해 B-1 비자를 활용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하청업체 직원은 B-1 비자 발급마저 까다롭기 때문에 ESTA를 소지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B-1 비자의 허용 범위를 두고 미국 정부 내에서도 부처 간 해석이 달라 기업들로서는 혼선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B-1 비자로 장비 설치·공장 시운전 지원 등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음에도 단속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우선 기존에 한국 출장자들이 받아온 B-1 비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는 데 미국과의 논의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제도 개편 없이도 비자의 허용 범위만 유연하게 조정하면 돼 보다 신속하게 유사사례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H-1B 비자에서 한국인 쿼터를 확보하고, 한국인 전문인력만을 대상으로 별도 비자(E-4) 쿼터를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2012년부터 E-4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 입법을 위해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왔다. 이밖에도 정부는 공장 건설 목적으로 출장을 가는 경우 협력업체 직원에게도 B-1 비자를 발급해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앤디 베이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겸 부통령 안보보좌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조 장관을 만나 트럼프 행정부 아래 이룬 대규모 대미투자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현 비자 제도는 이를 뒷받침해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한·미 협의 등 후속조치를 적극 추진해 나가자고 했다.

조 장관과 루비오 국무장관은 비자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한·미 외교당국 간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 KBS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저분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노력했고, 향후 과제인 재발 방지를 위해선 결국 비자 문제 해결해야 한다”며 “후속조치로 비자 문제 타결을 위해 협상 중이고, 큰 틀에서 방향은 잡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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