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미 전역을 강타해 주마다 연이어 봉쇄령이 떨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 다른 곳에서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아마존에 의존해야 했다. 2020년 4월 백악관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아마존에서 1300만 달러에 달하는 체온계를 구매하라는 지출 명령을 내렸다.
밖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반 세기 넘게 오프라인 소매 분야의 공룡이었던 거목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백화점 체인 니먼 마커스, JC페니가 무너지고 메이시스는 크게 위축됐다. 이들이 무너지는 데 직접적인 원인은 팬데믹이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존에 있었다.
2019년부터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아마존 담당 기자로 일하며 탐사보도를 펼친 다나 마티올리는 신간 ‘모든 것이 전쟁이다’를 통해 아마존이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는지 낱낱이 추적하며 아마존의 핵심에 다다른다. 원제는 디 에브리씽 워(The Everything War). 책을 읽고 나서 이해한 바로 이 핵심을 설명하면 ‘약탈적 가격 정책을 펼쳐 아마존 외에 모든 것을 무너뜨려라. 그리고 제국을 끝없이 확장하라’로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아마존이 성장한 방식이다. 1994년 오프라인 서점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데서 시작한 아마존은 독서의 민주화를 내세웠다. 아마존이 빠르게 매출을 늘리고 있는 과정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인 반즈 앤 노블은 서적 유통 업체 잉그램의 인수를 발표했다. 반즈 앤 노블로서는 유통 센터에 쉽게 접근해 미숙한 단계에 있던 전자상거래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때 아마존은 반독점 규제기관에게 호소한다. 아마존을 두고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으로 묘사한 성명이 영향을 미쳤는지 반즈 앤 노블의 인수 시도는 좌절된다. 결국 오프라인 공룡들이 온라인에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 채 아마존 제국이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일상의 습관화를 내세운 아마존은 어쩌다 한 번 책을 사러 들르는 사이트에 만족하지 않고 뭐든 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로 한다. ‘우수한 고객 경험-많은 방문자 유도 - 판매자 증가 - 많은 상품 선택권 - 규모의 경제 달성’이 하나의 선순환을 이루는 플라이휠 전략은 아마존의 핵심 전략이 됐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한 이면에는 약탈적인 가격 정책이 자리한다. 아마존 마켓 플레이스, 아마존의 PB상품 브랜드 ‘아마존 베이직’을 론칭하거나 기업간 거래(B2B) 클라우드 서비스 등은 자체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이후 2008년을 기점으로 아마존은 외부의 적을 무너뜨리는 방식을 보다 공공연하게 취하기 시작한다. 당시 기저귀 등 육아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로 큰 인기를 끌었던 퀴드시는 그 약탈의 대표적인 희생자가 됐다.
아마존은 ‘아마존 맘’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기저귀와 아기 물티슈 할인율을 30%로 늘리고 엄마들을 위한 다음날 배송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 기저귀 한 상자를 팔 때마다 12달러를 손해보는 전략이지만 아마존은 상관하지 않았다. 상대의 굴복을 이끌어내면 그뿐이었다.
결국 퀴드시는 기업을 파산시키지 않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아마존에게 기업을 넘긴다. 인수 이후 아마존맘 프로그램의 할인률은 크게 줄어든다. 2017년 아마존이 퀴드시 운영도 종료했을 때는 이미 모든 유아용품 플랫폼의 경쟁자는 사라진 상태였다.
2021년 아마존 저격수인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이 취임해 아마존의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됐다. 2026년 10월로 재판이 예정돼 있지만 아마존의 제국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 시기에도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 D.C.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사교 클럽을 이끌며 정계의 VIP로 꼽히는 이방카 트럼프 부부를 초대하는 등 물샐 틈 없는 영향력을 자랑했다. 아마존이 돌린 플라이휠은 끝없이 돌고 있으며 모든 사업이 이 영향권에서 잠재력을 뺏겼거나 빼앗기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531쪽. 2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