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빵집’ 줄서는 한국과 ‘쌀집’ 줄서는 일본

2024-10-03

얼마 전 끝난 한 지역 빵 축제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빵 축제’가 아니라 ‘빵 지옥’이 됐다는 글과 사진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랐다고 한다. 행사장 곳곳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빵을 사기 위해 2~3시간이나 줄을 섰다고 한다. 요즘 전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빵집은 ‘오픈런’에다 줄 서기는 예삿일이 된 지 오래다. 쌀이 디엔에이(DNA)에 새겨져 있는 ‘밥심의 민족’이라는 우리가 언제부터 빵의 ‘덕후’가 됐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웃 일본은 쌀값이 치솟고, 맛있는 쌀은 구매량을 제한하자 원하는 쌀을 사기 위해 쌀집에 줄을 서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농무부까지 나서 지난 3년간 일본의 쌀 수요는 공급량을 앞서 쌀 재고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분석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8월말 일본 쌀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0~30%가량 뛰었다고 한다. 쌀 수요 급증 원인을 일본 농수산성은 해외 관광객 유입에 따른 외식 수요 증가로 분석하고 있다. 스시 등 쌀로 만든 요리에 대한 관광객의 수요가 늘면서 일본 스시용 쌀 소비량이 올들어 전년 대비 2.7배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 상반기 동안 77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와 지난해 동기 대비 74%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 쌀 소비에 기여했다는 분석은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 스스로 쌀과 밥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소비자가 빵집에 줄을 서서라도 먹겠다는데 막을 재간은 없다. 그렇다고 그들의 입맛을 쌀을 중심으로 한 우리 고유의 식문화로 다시 돌리는 노력마저 그만둘 수는 없다. 일본 도쿄와 우리 서울이 같은 듯 다른 모습 가운데 하나가 쌀집이다. 도쿄엔 있고, 서울엔 없다. 이게 바로 우리쌀의 극명한 현주소다. 쌀집을 밀어낸 빵집 옆에 다시 쌀집 문을 열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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