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가→저탄소 녹색도시’ 탈바꿈한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

2024-09-22

길어진 여름, 빈번해진 이상기후 등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됐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북유럽 국가들은 대응 전략으로 탄소를 저감하려는 노력을 선도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8월24일∼9월7일 스웨덴과 아이슬란드를 찾아 기후변화 대응 우수 현장을 취재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도심에서 남쪽으로 5㎞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하마비 허스타드(Harmmarby Sjöstad)’ 지역. 낙후된 공장과 부두가 있던 이곳은 한때 유명한 ‘슬럼가’였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저탄소 녹색도시’로 탈바꿈했다. 인구 2만5000명, 면적 250㏊ 규모의 작은 지역이지만 하마비 허스타드의 기적을 벤치마킹하고자 전세계에서 연간 1만3000명이 다녀가는 지구촌 명소로 거듭났다. 비결은 1992년 스톡홀름시 주도로 시행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하마비 허스타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수많은 ‘녹색’이다. 도로 사이사이는 물론 건물 위 등 곳곳에 나무·풀·꽃이 심겨 있다. 종전 생태환경을 보존하면서 환경 부하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개발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식물을 많이 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지역은 ‘바이오차’를 비료로 사용하는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일부 화단을 활용한다. 바이오차는 가축분뇨 등을 숯 형태로 만들어 탄소를 저장한 물질이다. 바이오차의 성능을 확인하는 동시에 탄소저감을 실천하는 셈이다.

건물 지붕 등엔 빗물을 활용해 이끼 식물을 재배하는 공간이 있다. 이끼는 일반 내연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빨아들일 뿐만 아니라 단열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주거단지는 6층 이내의 저층 건물로 이뤄져 있다. 단지마다 1층에 쓰레기를 처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뒀다. 이곳엔 종이, 음식물쓰레기, 소각 가능한 일반쓰레기를 각각 구분해 넣을 수 있는 배관이 설치돼 있다.

주민들이 해당 쓰레기를 종류별로 배관에 집어넣으면 내부에선 일종의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여 단지 외곽에 자리한 처리장으로 옮겨놓는다. 종이는 재활용되고, 음식물쓰레기는 바이오가스로 만들어져 버스 등 대중교통의 연료로 사용된다. 일반쓰레기는 소각 처리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열은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에너지로 전환되며 지역난방의 20∼30%를 차지한다.

하마비 허스타드의 건물엔 태양광 패널도 설치돼 있다. 전력을 생산해 난방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스톡홀름시는 하마비 허스타드에서 태양열·지열을 활용한 친환경에너지 생산시설을 꾸준히 확대해 2030년엔 지역 전체 소요 전력을 친환경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스톡홀름(스웨덴)=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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