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명의] "부정맥, 심장마비·급사 부르기도…심전도 검사로 정체 파악해야"

2025-12-05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은 치료가 필요 없는 경미한 경우부터 뇌경색이나 급사(急死)로 이어지는 치명적 형태까지 그 범위가 넓다. 특히 젊은 나이에 나타난 부정맥은 위험도가 높을 수 있어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일생 단 한 번의 부정맥이 돌연사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부정맥 분야의 국내 대표 명의인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국내 최초로 ‘유전성 심장질환 클리닉’을 개설했다. 그는 “과거에는 제한적이던 유전자 검사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의 도입으로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유전성 부정맥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며 “특히 흔하지는 않지만 60세 이전에 발생한 심방세동은 반드시 유전적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6일 밤 9시에 방영되는 서울경제TV ‘지금, 명의’에서는 최종일 교수를 만나 위험한 부정맥과 최신 부정맥 시술 방법에 대해 폭넓게 짚어봤다.

◇‘정상이 아닌 맥’… 심전도로 정체 파악해야=부정맥은 말 그대로 정상적이지 않은 맥(脈)이다. 보통 심장 박동은 분당 60~100회 정도의 규칙적인 리듬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 리듬이 너무 빠르거나(빈맥), 너무 느리거나(서맥), 불규칙한 상태를 모두 부정맥이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은 심장이 두근거리면 ‘부정맥 아닌가’ 걱정하지만 두근거린다고 모두 부정맥은 아니다. 긴장, 운동, 빈혈, 갑상선 질환과 같은 다른 원인 때문에 심박수가 빨라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증상이 있을 때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심전도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부정맥 진단은 심전도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다만 ‘부정맥 증상이 있는 그 순간의 심전도’를 찍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근에는 심전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의료기기들을 활용해 진단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패치형 심전도(3일~2주 정도 가슴에 부착해 심전도 리듬을 기록) △웨어러블 시계 △삽입형 루프 심전계(2~3년간 체내에서 장기 모니터링)이다.

◇고혈압·당뇨 있으면 부정맥 위험 높아져=부정맥 고위험군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이미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심부전이나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환자는 심실성 빈맥,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심장마비 위험 역시 커진다. 둘째는 심장질환이 없어도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이다. 고혈압·당뇨병·비만·고지혈증 등 대사질환 또는 그 전 단계에 있는 경우에도 부정맥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흔하지는 않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부정맥도 있다. 최 교수는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원인 불명 돌연사나 심장마비가 있었다면 반드시 유전성 부정맥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급사 가족력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 없이 심전도·심장초음파를 한번쯤은 찍어보라”고 말했다. 또한 심전도 검사에서 특정 패턴이 보이거나, 심장초음파·MRI에서 심근이 두꺼워지거나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심근병증’ 소견이 있을 때에도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정밀 평가가 필요하다.

◇치료가 필요한 부정맥 vs 지켜봐도 되는 부정맥=모든 부정맥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심실성 빈맥, 심실세동, 심방세동, 심한 서맥과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성 부정맥 등이다. 이 경우 약물·시술·인공심장박동기·제세동기(ICD)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심전도상 경미한 심실조기수축이나 심방조기박동처럼 위험도가 낮고 증상이 거의 없는 부정맥은 생활습관 교정과 경과 관찰만으로도 관리할 수 있다.

심방세동이나 일부 심실 빈맥은 약물 치료가 1차 치료다. 증상이 잘 조절되면 약물만으로도 유지가 가능하지만, 조절이 어렵거나 부작용이 있으면 시술을 고려한다. 서맥 환자에게는 인공심장박동기가 대표적 치료법으로,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못할 때 전기 자극을 보내 정상 박동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빈맥성 부정맥 ‘전극 도자 절제술’ 치료를=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는 빈맥성 부정맥은 전극 도자 절제술이 핵심 치료다. 심장 안에 전극을 넣어 부정맥을 유발하는 회로를 찾아 고주파·냉각·펄스장(Pulse Field) 에너지로 그 부위를 파괴하는 방식이다. 최 교수는 “심방세동의 80~90%는 폐정맥 주변에서 시작된다”며 “폐정맥에서 발생하는 비정상 전기가 심방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고주파 에너지 등으로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펄스장은 주변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시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향후 심방세동 치료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최 교수는 전망했다.

심실빈맥은 심장의 하부인 심실에서 발생해 시술 난도가 훨씬 높다. 최종일 교수는 “심근이 두껍고 주변에 큰 혈관과 판막이 있어 심장 안쪽뿐 아니라 심외막 접근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이 때문에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과 장비를 갖춘 기관에서 시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 번 심장마비를 겪었거나, 심장 기능이 떨어져 부정맥 재발 위험이 큰 환자에게는 심장 제세동기를 삽입해 위험을 줄인다. 심장 제세동기는 치명적 부정맥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강한 전기 충격을 가해 정상 리듬으로 되돌려 주는 장치다.

최 교수는 부정맥은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는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 중에 104세 할아버지가 있는데, 인공심장박동기를 삽입하고 약도 복용하지만, 스스로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올 정도로 건강하다”며 “좋은 생활습관과 적절한 의료치료가 함께 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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