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구원투수’ 팻 겔싱어 CEO, 결국 사임

2024-12-02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추락하는 인텔을 본 궤도로 돌려놓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해 4년여간 회사 재건을 위한 여러 시도를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겔싱어 CEO가 지난 1일 부로 인텔의 보직과 이사회에서 물러났다고 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인텔은 그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리더로서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투자하여 공정 제조를 시작하고 활성화하는 한편, 회사 전반에 걸쳐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내부 기술자 출신으로 CEO까지 오른 그는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18세 때인 1979년 엔지니어로 인텔에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뒤 2009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2021년 2월 다시 CEO로 복귀했다.

인텔은 2000년대까지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정보기술(IT) 기기의 판도가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PC 시장은 서서히 위축세를 걸었다. 게다가 2010년대 잇따른 경영 실패가 누적되며 인텔은 ‘상처입은 공룡’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무리한 원가 절감과 기술자 홀대가 대표적인 패착으로 꼽힌다.

겔싱어 CEO는 인텔의 옛 영광을 되돌릴 여러 계획을 추진해 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다시 진출한 게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를 수 년내에 따라 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파운드리는 적자 행진을 면치 못했다. 핵심 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에서도 AMD 같은 경쟁자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잃었고 인공지능(AI) 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기 침체에 빠졌다. 올해 인텔의 주가는 연초 대비 60%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겔싱어 CEO의 사임 압박으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겔싱어 CEO가 추진한 고비용의 인텔 회생 계획이 효과가 없고 변화의 진행 속도도 충분히 빠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사회는 겔싱어 CEO에게 직접 은퇴하거나 해임될 수 있다고 전했고 그는 사임하기로 선택했다.

겔싱어 CEO는 성명을 통해 “인텔을 이끈 것은 내 인생의 영광이었다”며 “내 직장 생활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낸 만큼 씁쓸한 마음도 들지만 우리가 함께 성취한 모든 것을 자랑스럽게 되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이사회가 새 CEO를 찾는 동안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미쉘 존스턴 홀트하우스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수석부사장이 공동 CEO로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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