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은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은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기업 활동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경제적 성과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며, 창출한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살펴보고, 그중 자선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사회성과인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검증할 것인지에 대한 과정을 다루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Carroll(1991)은 기업은 이윤 추구를 넘어 경제적,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으로 구성된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기본 프레임워크로 피라미드를 제시하였다.
첫 번째 경제적 책임은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여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기업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용을 유지 및 확대하며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이는 기업이 사회에서 경제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 전반의 경제적 발전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책임을 나타낸다.
두 번째 법적 책임은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법과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법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법적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 준수를 통한 공정한 경쟁과 시장 질서 유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통한 근로자 권익 보호, 소비자 보호법에 따른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 윤리적 책임은 법적 요구사항을 넘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며 도덕적 의무를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사회가 요구하고 기대하는 가치와 규범을 지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선적 책임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특정 지역사회 혹은 국가에 공헌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기부, 임직원 봉사활동,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의 활동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자선적 책임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실천할 수 있으며, 기업은 경제적 이익 추구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본고에서는 이 네 가지 중 자선적 책임(사회공헌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외 ESG 이니셔티브에서의 사회적 책임
ESG 경영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은 현재, 사회공헌활동을 점검하고 평가하기 위해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는 지역사회 기여, 상호작용, 참여 등에 관해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측정하여 보고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024년 12월 K-ESG 가이드라인 2.0 버전을 발표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업 사회공헌 내용을 S(사회) 영역의 지역사회 범주에서 S-7-1 전략적 사회공헌, S-7-2 구성원 봉사참여로 진단 항목을 구성하고 있다. 전략적 사회공헌은 조직이 지역사회로부터 사업을 운영할 권리(License to Operate)를 획득함과 동시에,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공동의 환경 및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활동에 앞장서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와 기대를 충분히 고려한 사회공헌 추진방향을 수립하고 있으며 해당 방향에 따라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즉, 기업이 수행하는 사회공헌활동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추진 결과에 대해 의도한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점검해 나가야 한다.
자선적 책임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려면
많은 기업은 자선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단순한 금전적 기부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의 핵심 경영 전략이나 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지역사회와 더불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자선적 행위로 끝나버리는 경우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자원을 투입하고, 이를 통해 어떤 사회적 가치가 발생했는지 측정하며 향후 사회공헌활동 방향을 수립하는 환류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사회적 가치의 개념과 측정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사회적 가치란?
사회적가치연구원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는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 중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창출되는 가치’로 정의된다. 최근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온 정부, 국제기구, 비영리조직 등이 사회적 가치의 측정을 시도하며 이를 발전시키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들은 성과를 측정할 평가 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관리한다. 평가 지표는 정량적, 정성적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중 정량적 지표로 측정한 사회 성과인 사회적 가치를 화폐 가치로 환산하여 측정할 수 있다. 다음의 표 1은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 특성을 비교하여 정리했다.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영학을 전공한 필자와 경영학계 교수, 사회복지학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이 푸른나무재단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2024년에 수행한 “사이버폭력 예방 사업 푸른코끼리의 사회적 및 경제적 가치 연구”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도록 한다. 푸른나무재단은 1995년 설립됐으며, 청소년이 희망을 꿈꾸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UN 경제사회이사회에서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은 청소년 NGO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전자 5개사(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와 바이오 2개사(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푸른나무재단, 교육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사랑의열매와 함께 청소년 사이버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푸른코끼리' 사업을 2020년부터 10년간 운영하고 있다.
푸른코끼리 사업은 5대 전략인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사이버폭력 심리상담 및 치유, 사이버폭력 예방 문화 확산, 사이버폭력 학술연구, 사이버폭력 예방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이버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기획하고 실행된 다양한 사업으로 발생한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측정하고 분석하기 위해 로직 모델, 사회적 투자 수익률 분석법(SROI), 비용편익 분석법을 적용하였다.
먼저 로직 모델을 이용하여 푸른코끼리 사업 시행을 위한 투입-활동-산출-결과-영향 간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가시화했다. 이를 통해 논리 체계에 따른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사업의 논리성을 확인하고, 기획된 목적과 목표들이 유기적이고 합리적으로 연계되었는지 점검할 수 있다. 즉, 투입은 모든 종류의 인적·물적 자원을 의미하며, 활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실제로 수행되는 작업이다. 산출은 활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결과물로서, 예를 들어 10명의 청소년에게 예방 교육을 10회 제공하는 등과 같이 양적인 수치로 나타난다. 결과는 활동을 통해 참여자들이 얻는 이익을 의미하며, 영향은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장기적 성과, 역량 강화 및 정책 변화 등을 포함한다.
이어서 사회적 투자 수익률(SROI) 분석법을 통해 로직 모델로 도출된 산출물들을 화폐적 가치로 전환하여 분석한다. 이때 산출물을 이해관계자별로 매핑하여 각자가 얻는 이익(활동, 지식, 기술, 지위, 역량 강화 등)을 도식화하고, 투입되는 직접적인 비용과 직접적인 산출물의 사회적·환경적·경제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여 비교한다. 이때 화폐로 환산된 가치는 단순히 ‘돈(money)’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가치(value)’에 관한 것이며, 이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변화에 대한 것이다. 또한 사례 연구와 더불어 양적·질적·재무적 정보를 포함한다.
사회적 투자 수익 분석 단계는 다음과 같다. 푸른코끼리 사업의 이해관계자는 예방 교육 참여 학생, 강사, 여성 기업, 내담자(사이버폭력 경험 학생), 캠페인 참여자(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푸른나무재단, 후원 기업(삼성)으로 설정했다.
1단계: 분석 범위 설정과 핵심 이해관계자 파악
2단계: 결과물(output, outcome) 매핑
3단계: 결과물 증명과 화폐적 가치 부여
4단계: 영향력 설정
5단계: SROI 도출(세부 사업별, 이해관계자별)
6단계: 보고, 활용 및 내재화
마지막으로 비용-편익 분석은 사업의 산출물로 나타나는 편익과 이를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사업이 갖는 경제적 효과를 화폐 가치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방법론이다. 즉, 사업을 통해 얻게 되는 편익(Benefit)과 소요되는 비용(Cost)을 비교하는 것으로, 화폐적으로 계상할 수 있는 편익뿐만 아니라 비화폐적인 편익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와 같은 정책이 도입될 경우 교통사고 사상자가 감소하는 편익을 금전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를 푸른코끼리 사업에 적용해보면,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의 효과로 인해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서 사이버폭력이 감소하고, 감소로 인해 도출된 영향(impact)인 정신적·정서적 치료비(의료기관, 상담) 감소, 사법 비용(경찰 조사) 감소, 자살 예방 등의 효과를 예측하고 이를 화폐화할 수 있다.
마치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고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며, 사회적 책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은 단순히 이익만 창출하는 경제적 주체를 넘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며 검증해 나가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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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와이 주식회사는 청년실업해소 목적의 소셜벤처로 시작하여 현재 ESG 컨설팅 및 교육 전문기관으로써 ESG 전략 및 운영체계 구축, ESG 보고서, 공급망 ESG 컨설팅 및 실사 운영, RBA 및 Ecovadis 등 평가 대응, 교육운영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산업대상 일자리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