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관계: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한 관계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㉘]

2025-02-04

길고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연휴 동안 많은 사람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푹 쉬기도 했지만, 양가 나들이를 다녀와서 이제 겨우 한숨 돌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휴 동안 이뤄지는 가족 모임이란, 따뜻하고 좋은 것이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양가 어르신들의 모습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간을 어떻게 견디면 좋을까.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다.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하는 시부모님 때문에 숨이 막혀요. 도와주세요.

결혼한 지 이제 1년 조금 넘어가는 35세 A씨는 명절 일주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해진다. 시부모님을 2박 3일 동안 만나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어머님이 부엌일을 무턱대고 많이 시키시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차례상은 간소하게 하자고 하시고, A씨에게는 아주 간단한 심부름만 시키시는 편이다. 시부모님은 사실 좋은 분이시기는 하다.

다만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숨이 막힌다. 시어머님은 ‘아이가 왜 아직도 안 생기는거냐’, ‘기왕이면 네 나이가 있으니, 쌍둥이를 낳아서 한 번에 해치우자’, ‘애 하나는 외롭다’ 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신다. 자녀 계획이 구체적으로 없거니와 낳아도 한 명만 낳으려 했던 A씨는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시아버님은 또 어떤가. ‘나중에 내가 죽으면 너희에게 다 물려줄 것이다.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잘해라’, ‘너 혼자라도 자주 찾아와서 시댁 부엌일을 배워라’, ‘남편을 공경해라. 남편의 친구도 공경해라’라며 A씨를 압박한다. 언제적 고리타분한 생각인지 모를 말을 너무 진지하게 요구하시니 이 또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곤란한 마음에 남편을 쳐다보면 남편은 멍한 표정으로 TV나 보고 앉아있다. 연휴가 끝나고 A씨의 눈치를 보는 것을 보면 시부모님의 말이 A씨에게 스트레스라는 것을 아는 것 같은데, 전혀 대응하지 않으니 더 화가 난다. 이제 매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A씨는 눈앞이 아득해진다.

A씨의 마음건강을 확인하고 기질 등을 알아보기 위해 종합정서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약간의 울분. 인정욕구 높고 사람의 말과 행동을 민감하게 의식하는 성향.

검사 결과, A씨는 권위적 대상에 대한 울분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댁에 대한 분명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이다. 또한 무력감도 일부 경험하는 것으로 시사되는데,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 무력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A씨는 애정 및 인정욕구가 높은 것으로 시사된다. 때문에 평소에도 칭찬이나 지지를 받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대체로 맞춰줬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이 시댁과의 관계에서도 이어져서, 대체로는 시댁 어르신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고자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A씨는 기질적으로 정서적 민감성이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난다. 천성이 섬세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때문에 평소에도 사람들이 하는 말의 의도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편인데, 이러한 성향이 A씨의 명절 스트레스를 더욱 부추겼을 수 있겠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로 싹싹하게 대하지만, 속으로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반응하면서 울분이 올라오는 것이다.

검사자 제안 : 지금 A씨에게 필요한 것은 ‘미움 받을 용기’

시부모님의 가치관은 자신과 정반대이고, 남편은 고부관계를 조율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상황.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을까.

우선 A씨는 ‘시부모님을 실망시키고, 핀잔받을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고부관계라고 특정하지 않고 그냥 ‘관계’로 놓고 보자면, 원래 관계는 서로 알아가면서 맞춰가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A씨가 시부모님의 성향을 알아왔다면, 이제는 시부모님께 A씨의 성향이 어떤지 알려주는 과정도 필요할 수 있다. 시부모님의 생각과 가치관을 ‘경청’은 해주되, 반드시 그 말을 모두 ‘실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가 나를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

물론 그 과정이 물론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쟤는 원래 좀 별로인 애야’라는 시선을 견디는 힘이 생겼을 때, 비로소 A씨와 시부모님은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고부관계가 아름다울 필요는 없고, 아름답기도 어렵다. 서로 싫은 구석이 있지만 그럼에도 함께 지낼 뿐이다. 어떤 형태였건 간에 공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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