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나의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져보자

2025-02-19

고정관념은 한자로 固定觀念이라고 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보고 생각하는 것이 고정되어 있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정관념에 해당하는 영어는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다. 여기서 스테레오(stereo)는 ‘딱딱한’이라는 의미이고, 타입(type)은 ‘인쇄 활자’라는 의미이다. 이 딱딱한 인쇄 활자는 수백, 수천장의 똑같은 텍스트를 찍어낼 수 있다. 이 단어가 “한 사람이나 집단의 전형적인 특징에 대한, 미리 만들어지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개념”이라고 정의된 것은 20세기 초반이다. 1922년 미국 언론인 월터 리프먼은 고정관념을 “우리 머릿속의 그림들”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은 외부의 실체를 바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 “머릿속의 그림들”을 통해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후 이 개념은 다른 학문 분야로 확산하였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고정관념을 “어떤 특징을 구성원들 간의 실제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거의 모든 구성원에게 부여하는, 한 인간 집단에 대한 일반화”라고 정의한다.

고정관념은 자신이 실제로 한 경험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일반화가 만나면 생긴다. 예를 들어, “난 이 도시에 가본 적 있어. 한 가게 점원이 참 불친절했지. 그래서 이 도시 사람들은 불친절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도시에서 점원을 만나본 것은 개인적인 경험이고, 점원 한 사람을 가지고 이 도시 사람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이다. 이렇게 내린 결론은 신뢰하기 어렵다. 어느 한 도시 사람 모두가 불친절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이런 성급한 일반화를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상도 출신 한 사람을 만나고는 경상도 사람 모두가 그런 것처럼 말하거나, 중국인 한 사람을 만나고는 중국 사람 전체가 그런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문화가 다른 사람들 간의 이해와 의사소통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 의사소통학자 래리 사모바는 이것을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고정관념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일치하는 정보만 수용하게 한다. 둘째, 고정관념은 특정 문화 정보를 모든 구성원에게 적용하게 한다. 셋째, 고정관념은 지나친 단순화, 과장, 일반화를 야기해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가로막는다. 넷째, 고정관념은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하게 만든다. 고정관념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고 집단 내에서 반복되고 강화되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견고해진다.

이런 고정관념의 폐해를 줄이려면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경험과 교육이 필요하다. 다른 집단과 긍정적인 접촉을 해 본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질 확률이 적다고 한다. 고정관념의 폐해를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자신의 고정관념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문해 보는 것이다. ‘내가 가진 고정관념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 ‘내가 가진 고정관념의 내용은 무엇인가?’, ‘내가 가진 고정관념의 기원은 무엇인가?’, ‘나는 왜 내 고정관념이 정확하다고 믿는가?’, ‘나는 고정관념의 대상이 된 사람을 얼마나 만나보았나?’라는 일련의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 하면 ‘앞발을 든 말을 탄 나폴레옹’을 생각한다. 이것은 1805년 자크 루이 다비드가 나폴레옹을 영웅시하기 위해 그린 그림에 기초한 고정관념이다. 따라서 이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이것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이 그림을 1850년 폴 들라로슈가 그린 나폴레옹 그림과 한 번 비교해 보길 바란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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