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견이 없는 두산의 레전드다.
베테랑 외야수 정수빈(두산)이 뜻깊은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19일 잠실 KIA전에서 통산 1700경기, 1500안타 고지를 점령했다. 심지어 1500번째 안타를 리드오프 홈런으로 물들이며 시원한 자축포까지 쐈다.
1700경기 출전은 KBO리그 통산 48번째, 1500안타는 50번째 다. 숱한 프로야구 대선배들의 뒤를 이었다. 원년구단 중 하나인 베어스 프랜차이즈로 좁히면 값어치는 올라간다. 특히 1500안타는 구단 역대 2위 기록이다. 김동주(은퇴·1710개)만 위에 있다. 좌타자 및 외야수로는 최초인 셈이다. 2009년 KBO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3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원클럽맨으로 빚어온 훈장이다.

정수빈은 “1500안타 의식은 하고 있었다. 그게 홈런으로 나오면서 뜻깊었다. 1년에 2∼3개씩은 꼭 치는데, 올해도 3번 중 하나가 때마침 나온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1500안타 자체도 쉽지 않은 건데, 그게 또 홈런으로 만들어져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기념구도 빠르게 품에 안았다. 담장을 넘어가버려서 회수를 확신할 수 없었지만, 구단의 빠른 움직임으로 홈런공을 주운 팬과 접촉했다. 팬도 흔쾌히 공을 돌려줬다. 정수빈은 곧장 팬의 좌석을 잠실 중앙 VIP석으로 업그레이드해 주는 보답을 건넸다. 정수빈은 “감사를 담아 또 다른 혜택과 사례를 해드리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17년, 16번의 시즌을 두산과 함께하는 정수빈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야구를 계속하는 한 2000안타까지는 꼭 치고 싶고, 3루타도 100개 넘게 쳐서 KBO리그 최다 기록을 남기고 싶다. 또 베어스 소속 최다 경기, 안타, 도루, 득점 모두 해보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함께 밝혔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한결 같은 정수빈이기에 불가능할 것은 없다. 새 역사를 맞아 꾸준함의 비결을 묻자 그는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야구장 안에서 해이해지지 않으려 한다. 내 야구가 끝날 때까지, 은퇴할 때까지는 항상 최선을 다하기 위해 속된 말로 정신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오래 올 수 있었다”고 웃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쌓아온 경험은 모두 귀중한 자산이 됐다. “어느 순간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은 점들도 있다. 그 덕에 최근에 좋아진 듯하다. 나이를 먹어서 차라리 지금이 전성기이지 않나 싶다”는 유쾌한 한마디를 덧붙인 배경이다.
세월의 흐름에도 자연스럽게 탑승했다. 정수빈은 “어릴 때는 운동량을 많이 가져가는 편이었다. 밖에서 운동하고 밑(실내 훈련장)에 내려가서도 많이 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쉬는 스타일로 바뀌었다”며 “이제는 야구장 안에서 모든 걸 쏟아야 한다. 많이 쉬고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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