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국회에서 ‘지방소멸·기후위기 농업혁신포럼’이 출범했다. 22대 국회에서 농업·농촌 의제를 다루는 유일한 의원 연구단체가 출범한 것이다. 대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위성곤 의원이 맡고, 연구책임의원은 이원택·임미애 의원이 맡았다고 한다.
포럼의 명칭에서도 드러나듯이 날로 심화되는 기후위기와 이른바 ‘지역소멸’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를 낳은 근본 원인은 화석연료에 의존한 산업화이고, 그 과정에서 도시로의 인구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유독 심해 극도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그로 인해 농촌과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이 계속돼왔다. 또한 이상기후로 인해 농사짓기는 어려워지는데 생산비는 상승하고 있는 농업 현실, 인구감소로 인해 활력을 잃고 있는 농촌의 현실도 모두 연관된 문제다.
그래서 해법도 따로따로가 아니라 총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기후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응하려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문명에서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하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 정세를 보면 요원한 일이다. 그렇다면 국가 차원에서는 심화되는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문제는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곡물 수입이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곡물자급률은 20%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대응의 제1과제는 국내 농업기반을 보존하는 것이 돼야 한다. 또한 농촌 공간과 농지를 잘 보전하고 관리해야 한다.
농촌과 비수도권 인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초저출생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초(超)저출생 문제는 결국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 낳은 문제인 면이 있다. 전체 인구 중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에 50%를 넘어섰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 과도한 경쟁, 삶의 질 저하를 낳았다. 그 결과가 초저출생 현상이다.
이처럼 문제의 근원을 성찰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수도권 인구를 농촌과 비수도권으로 분산할 수 있는 강력한 인구 분산 정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돌봄·교육·환경·교통·문화와 같은 농촌의 생활인프라를 개선하고, 농촌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을 지원하는 강력하고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이나 초저출생 해법의 제1 과제는 농업을 살리고 농촌을 지키며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쌀값 폭락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는 것이나 농촌 곳곳에서 농지와 환경을 훼손하는 난개발과 환경오염시설이 추진되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이것은 여야를 따질 문제도 아니다. 국회가 기후위기와 초저출생, 농업·농촌 문제의 해법에 대해 총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공론화를 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면서도 종합적인 그림을 그리고, 탁상 대책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입법과 예산 심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뜻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역할을 기대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