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 빅토르(문빅토르미술관장) 화백이 최근 발표한 신작 ‘붉은 안개’가 관람객들의 깊은 감동과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고려인 선조들의 비극적 역사를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풀어내고 있어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붉은 안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위쪽에는 ‘희생당한 고려인 선조들의 얼’, 중앙에는 ‘붉은 안개에 휘말려가는 고려인 선조들’, 마지막 하단에는 ‘고려인 선조들의 비극을 상징하는 화물열차’가 그려졌다.
문 화백은 이 세 장면을 통해 고려인들이 겪어야 했던 역사적 비극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냈다.
특히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사용된 ‘안개’는 단순히 시야를 가리는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의 생명을 감싸고 감각을 마비시키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문 화백은 자신이 자란 카자흐스탄의 발하슈 호수에서 영감을 받아 안개의 이미지를 심도 깊게 그려냈다. ‘늪에 빠진 숲’이라는 의미를 지닌 발하슈 호수는 세계 15번째로 큰 호수로, 호수 위로 자욱하게 깔리는 짙은 안개가 작품 속에서 고려인 선조들의 비극을 상징한다.
문 화백은 작품을 통해 일제강점기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고통받은 고려인 선조들의 아픔을 재조명했다. 연해주를 중심으로 국권 회복을 위해 싸웠던 고려인 선조들은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버려져 피어린 삶을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과 투쟁은 점차 잊혀져, 오늘날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조차 그 기록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문 화백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국가 없는 민족이 겪은 비극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힘쓰고 있다. 현재 조상의 땅으로 귀환한 고려인 후손들은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로 인식되며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문 화백은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작품을 통해 국가와 민족의 소중함, 전쟁과 국권 상실이 남긴 상처를 오늘을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그는 “안개는 존재하고 보이지만,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이 어느 순간 나타나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사라진다” 며 “고려인 선조들이 일제와 소련이라는 붉은 안개 속에서 소리 소문 없이 희생당한 비극을 표현하는 데 안개만큼 적합한 상징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날에도 그 붉은 안개는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아직도 국적 없는 외국인, 고려인이라 불리고 있다” 며 “이 안개가 우리 세대에서 끝나고 후손에겐 대물림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전했다.
문 빅토르 화백은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통해 고려인 선조들의 역사를 기록해 나가며, 전쟁과 국권 상실이 가져다주는 비극의 교훈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고려방송: 안엘레나 (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