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한국영화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손꼽히는 시나리오 작가 故 송길한을 기리는 추모 상영을 개최한다.
전주 출생인 송 작가는 전주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초대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영화제의 방향성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독립·대안영화를 중심으로 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지역 영화사-전주’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한때 ‘영화의 도시’로 불렸던 전주의 역사를 조명하기도 했다. 또한 2017년 열린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 ‘작가 송길한, 영화의 영혼을 쓰다’가 진행됐다.
이번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지난해 12월 별세한 송 작가를 기리기 위해 특별공로상을 수여하고, ‘故 송길한 작가 추모 상영’을 마련한다.

상영작은 1984년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김지미 주연 등 당대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했으나 불교계의 반발로 제작이 중단된 미완성 영화 ‘비구니’다. 출가한 여인의 번뇌, 구원을 향한 일생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번 상영에서는 당시 제작 과정과 관련된 관계자들의 증언이 담긴 다큐멘터리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고인은 생전 “영화는 통제받아서는 안 된다. 영화가 통제받았을 때 남겨지는 잔해를 보고,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은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인은 분단과 현대사 등 정치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보였고, 독재정권을 비판했다. 임권택 감독의 동반자로 알려지며 ‘만다라’, ‘길소뜸’, ‘씨받이’ 등 걸작들을 쏟아 냈으며, 평생 50여 편의 작품을 쓰면서 한국 영화의 수준을 끌어 올렸다.
이번 추모 상영은 그의 예술관과 자유 정신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될 전망이다.
‘故 송길한 작가 추모 상영’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www.jeonjufest.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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