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 대응 장비 태부족
영남권 산불 진화 과정에서 헬기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산불진화 헬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노후한 러시아산 헬기 대신 국산 헬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관련 예산 부족 등 걸림돌이 만만찮다는 평가다.
10일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진화 헬기는 총 50대다. 담수 능력 8000리터(L)급 미국 S-64(시코르스키) 7대, 3000L급 러시아 KA-32(카모프) 29대, 2000L급 국산 KUH-1(수리온) 3대가 주력이다.
문제는 주력 헬기이자 전체의 58%를 차지하는 카모프 대부분이 낡고 오래됐다는 점이다. 카모프 29대 중 20대가 기령 21년 이상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14대는 2026년부터 가동 중단될 예정이고 이 규모는 2027년 15대, 2028년 17대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카모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수급조차 어렵다. 이에 산림청은 29대 중 8대는 운항을 중단하고 해당 기체 부품을 빼서 나머지 운항 기체에 조립하는 ‘돌려막기’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에 카모프와 비슷한 중형 헬기인 수리온이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05년부터 개발해 2013년 군 전력화된 수리온은 2018년부터 산불진화용 모델이 현장에 투입됐다. 현재 배치된 수리온은 담수 능력이 카모프보다 적지만, 3000L 물탱크를 장착한 계량 모델이 2027년부터 납품될 예정이다. 특히 수리온은 카모프와 달리, 야간에도 산불 진화에 투입할 수 있다. 야간투시장비(NVG)를 통해 조종사가 밤에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4축 자동조종장치(AFCS)로 자동 제자리 비행이 가능해 대량의 물을 기체 하부에 달린 탱크로 끌어올릴 수 있다. 2020년 4월 안동 산불(4회), 2022년 3월 울진 산불(6회) 진화를 위해 산림청 소속 수리온 헬기가 야간에 투입됐다.
산림청은 올해 수리온 1대를 추가로 도입해 총 4대를 운용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4200L급 AS-332(슈퍼푸마) 2대를 올해 3~5월 단기 임차했다. 하지만 임차만으로 노후 헬기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헬기 임대 업체는 수익성을 위해 고령 조종사가 운항하는 노후 헬기를 임대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하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불진화 헬기를 수리온 같은 대체 헬기로 전환하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항공업계에선 정부의 헬기 교체 예산이 적고, 발주 주체도 분산된 영향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산불진화 헬기를 운영하는 주체는 산림청, 소방청, 각 지자체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산림청의 올해 예산 2조6246억원 중 산림 헬기 도입·운영 예산은 938억5800만원에 불과하다. 수리온 헬기 1대가 약 350억원임을 고려하면 3대도 구입하기 어렵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력 헬기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산불 조기 진화에 또다시 실패할 수 있다”며 “중앙 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헬기를 발주·운영한다면 더 효율적으로 산불진화 헬기를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