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 국방부, 외교부 등으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가 8일 회의를 열고 구글 측이 줄곧 요구해온 고정밀지도 반출 허용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여론전에 돌입했다. 몇차례 미뤄진 우리 정부 협의체 가동을 앞두고 조용히 판단을 기다리기는 커녕, 자사에 유리한 논리로 여론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황당한 주장은 구글이 국외 반출 요청한 축척 1대5000 지도가 고정밀지도가 아니라고 언급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가기본도'로 규정한 지도데이터를 외교적이든, 상업적이든 어느 관례에 맞춰보더라도 무례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깍아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 표현대로 '낮은 상세도(Low Detail)'의 1대5000 지도를 굳이 갖고 나가려하지 말고, 미국은 물론 주요국에서 일반 내비게이션용으로 통용되는 1대 2만5000 축척 지도를 가져다 쓰면 될 일이다.
바꿔 말하면, 구글은 지금 우리 정부와 국민을 향해 “우리가 더 좋은 구글지도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테니, (너흰) 고정밀지도라고 말하지만 그 정도는 안되는 지도를 내놔”라고 하는 것 밖에 안된다.
이럴 정도로 '고압적인 요청'을 과연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받아야 하는지 갸우뚱해 진다. 더구나 몇가지 요건상 이번 반출 요청은 절대 받아들여져선 안된다. 우선, 사실을 알린다면서 구글에만 유리한 정보를 퍼뜨린 행정 조치 요청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 애플로부터 비슷한 요청이 이미 들어와 있고 다른 국가 및 기업들로부터 올 요청에 대한 명확한 대응 기준과 처리 방법이 설 때까지 반출을 유예시킬 필요가 있다. 세번째, 분단국가로서 안보 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은 신중해야 한다.
마지막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1대5000 축척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생성하고, 확보하기까지 국내 관련 산업과 기술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보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구글은 몇년째 계속 같은 주장만 펴온 것에서 탈피해 진일보한 설득 대안을 먼저 갖고 와야 한다.
한-미 정부간 관세·통상 합의조치를 등에 업고 구글이 계속 위험천만한 주장을 펼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정부는 허락하려 하더라도, 주권자 민심의 반대라는 훨씬 더 높은 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