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균이 없었다면···.’
KT가 상상도 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황재균(38·KT)은 5월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다. 26일까지 5월 타율이 0.402(87타수35안타)에 이른다.
황재균은 지난 23~24일 고척 키움전에서 각각 4안타씩 몰아쳤다. 2경기에 걸쳐 7연타석 안타를 때리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팀 타율 0.247(8위)로 하위권에 처진 KT에서 황재균의 맹활약은 단비나 다름없다. 황재균은 팀 내 3명 뿐인 3할 타자 중 하나다.
황재균은 이번 시즌 위기 속에 출발했다. 3루수 골든글러브 출신인 허경민이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되면서 KT 3루 터줏대감이었던 황재균이 연쇄 포지션 이동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1987년생 황재균은 일찌감치 포지션 변경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외야까지, 글러브 4개를 준비해 훈련한 황재균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 상황에 맞춰 내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제한적인 기회만 주어지는 상황은 ‘베테랑’ 황재균에겐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다. 1루수 경쟁 후보로 경기 출전 기회가 꾸준히 주어지긴 했지만 들쑥날쑥한 탓에 타격감도 엉망이었다.

터닝포인트는 4월말이었다. 칼을 갈던 황재균이 왼쪽 햄스트링을 다친 허경민 등 내야진의 부상 공백 속에 다시 주전 3루수로 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타격감도 서서히 올라갔다. 매 경기 안타를 생산하는 빈도를 늘리더니 지난 2일과 3일 키움전에서 이틀 연속 3안타씩을 때리며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최근 12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는 동안에는 7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급기야 지난 17일 LG와 더블헤더부터 팀의 리드오프로 나서고 있다. 강타자를 전진 배치해 득점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강철 KT 감독은 이번 시즌 팀의 중심타자인 강백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를 테이블세터로 기용하려 했지만 둘 다 타격감이 떨어져 있어 실패했다. 그 자리를 황재균이 채우고 있다는 것은 이강철 감독이 신뢰하는 옵션이 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황재균의 시즌 타율은 이제 0.316까지 올랐다.
지난 23일 허경민이 부상에서 복귀하자 황재균은 다시 1루수로 나선다. 지금까지 타선의 침체로 고민해왔던 KT는 황재균의 폭발에 부상 전 좋은 타격감을 보인 허경민의 합류까지 더해 상위권 재도약을 노린다. 4위 KT는 이번주 하위권으로 처진 두산, KIA를 홈으로 불러들여 6연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