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폐기물 처리 기술과 서울의 잠재력

2025-02-05

어린 시절 부모님과 부산 해운대에 놀러갔던 기억이 가끔 난다. 바다는 검고 사람은 많고 쓰레기가 떠다녔던, 그래서 조금 무서운 기억이다.

요즘은 쓰레기 줍기 봉사 활동을 가도 쓰레기를 찾기 쉽지 않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선진화됐다.

서울에 인구가 집중돼 문제가 많다고들 하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좁은 지역에 높은 인구밀도를 갖고 있어 5세대(5G) 이동통신을 비롯한 고도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와 같은 촘촘한 물류 시스템도 발달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빠른 시간 내에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전진기지 역할도 한다.

서울은 또 폐기물 처리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쏟아내는 쓰레기를 매립할 곳이 없다 보니 소각·재활용·재사용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인수합병(M&A) 시장 역시 환경 업체들이 주도했다. 에코비트·KJ환경·테크로스환경서비스·제이엔텍 등 조 원 단위 규모의 거래들이 환경 산업에서 이뤄졌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산업이 이토록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이 분야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쓰레기를 야적장에 모아 태우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성능 좋은 소각로를 통해 에너지 생산에 사용되기도 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분류하고 전(前)처리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은 국내 화학 업체들의 차세대 먹거리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처리해 비료로 사용하거나 미생물을 이용해 쓰레기 부피를 현저하게 줄이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는 재활용뿐 아니라 재사용 시장의 성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번 쓰레기가 되면 이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력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따라서 쓰레기로 처리되기 전에 다시 한 번 사용하는 재사용 절차는 필수다. 택배에 쓰는 포장재 재사용, 화학섬유로 만든 의류 공유, 수명이 남은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전환, 건설 폐기물 일부 현장 재공급 등의 시스템은 매우 중요하다.

재사용 산업 역시 인구가 집중된 서울에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우리의 수도 서울은 그 집약성을 바탕으로 환경 산업의 핵심 기업들을 키우는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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