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인하, 대손충당금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줄이 축소하고 있다. 카드론 규제 강화 등으로 하반기에도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용절감에 나서는 모습이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카드는 지난달 온라인 쇼핑몰 결제 무이자 할부 기간을 최대 5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으며, 우리·BC카드는 6개월까지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5개월로 축소했다. 반면, 하나·롯데·KB국민카드는 최대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유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여신전문금융채권 금리가 떨어지며 조달비용이 줄어들자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해 신규 고객 유치와 카드결제를 유도해왔으나 올 들어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실적이 쪼그라들며 다시 축소하고 있다.
무이자할부는 카드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 혜택 중 하나로, 고객이 할부 결제 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카드사가 대신 부담하는 방식이다.
카드사 입장에서 무이자할부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만 고객을 붙잡아 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휴면카드 증가 방지도 가능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또 카드사들은 통상 해외여행, 가전 구입 등으로 카드 사용이 많아지는 여름 휴가철에는 무이자할부 혜택을 늘려왔으나 올해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무이자할부 기간 축소 등을 통해 비용효율화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주요 6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115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625억원) 대비 18% 감소했다.
지난 2월부터 가맹점수수료율이 인하되며 영세·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05~0.1%포인트(p), 체크카드는 0.1%p 낮아졌다. 이에 따라 신용판매 수익이 줄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대출 영업을 확대했는데 경기 침체 여파로 취약차주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며 대손충당금 적립액 규모가 확대됐다. 대손충당금은 금융기관이 대출 이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적립해 놓은 금액을 말한다.
올해 상반기 6개 카드사의 대손비용 합계는 1조723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813억원) 대비 9% 증가했다.
하반기 전망 또한 어두운 상황이다. 우선 금융당국이 6월 27일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카드론을 기타대출이 아닌 신용대출로 분류하면서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카드론 영업이 어려워졌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라 본업인 신용판매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카드론 영업을 확대해온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배드뱅크 재원 출연 또한 부담이다. 배드뱅크 설립에 필요한 재원은 총 8000억원인데 금융당국은 이 중 절반을 은행권, 여신전문금융회사를 비롯한 전 금융권이 함께 부담케 하기로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핀테크 기업 등의 성장도 카드업계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수수료 인하 등으로 예전만큼의 여름 휴가철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고 하반기 전망도 어두워 무이자할부 혜택을 길게 제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여주기식의 형식적인 혜택보다 실제로 많이 쓰는 부분에서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해 고객의 실질적인 만족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