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해외여행 가는데"…매달 300억 적자 면세점들 '셧다운' 위기

2025-08-01

여행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국내 면세점 업계는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소비 패턴 변화와 고환율,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의 고정 임대료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천 억 원의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결국 계약 해지를 포함한 ‘셧다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공사 측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31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 출국자는 1808만 8352명으로 2019년 상반기(1773만3462명)를 넘어섰다. 그러나 인천공항 내 면세점 매출은 1조 1601억 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83.7% 수준에 그쳤다.

업계는 외국인의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과거 고가의 명품이나 화장품을 면세점에서 대량 구매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올리브영, 다이소 등 로컬 로드숍에서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을 실속 있게 소비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1인당 면세점 구매액은 84만 8171원으로, 1년 전보다 27.1% 줄었다.

내국인도 면세점에서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고환율 영향으로 면세점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오프라인 쇼핑의 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면세점과 일반 유통점의 가격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문제는 이런 매출 정체 속에서도 임대료 부담이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커졌다는 점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에 연동해 임대료를 부과하는 변동 구조를 도입했다. 하지만 여객 수만 빠르게 회복되면서 매출과는 무관하게 임대료는 급등했다.

현재 신라와 신세계가 부담하는 객당 임차료는 각각 8987원, 9020원이다. 인천공항 월 출국자 수가 약 301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두 업체는 매달 300억 원 안팎, 연간 400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다.

반면 양사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신라면세점은 작년 69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6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3분기부터 적자가 이어지며 올해 1분기에만 23억 원의 손실을 봤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5월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조정을 신청했으나 공사는 ‘입찰 형평성과 배임 소지’를 이유로 법원의 1차 조정기일(6월 30일)에 불참했고 8월 14일 열릴 2차 기일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신라·신세계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매달 수십억 원의 적자를 떠안을 바엔 위약금을 물고라도 철수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천공항공사의 태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인천공항 수익의 60%가량이 비항공 수익이며 이 중 면세점 임대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라와 신세계가 동시에 철수하면 핵심 상업구역이 공백 상태가 되는 데다 재입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인천지법은 현재 면세점 임대료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삼일회계법인 등 외부 기관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감정 결과는 8월 초 공개될 예정이며 향후 협상 재개 여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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