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이성주의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세계인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한반도의 정치적 불안이 완화되고, 초토화된 가자 지구에 15개월 만에 평화가 찾아왔다. 한반도나 가자 지구나 진정한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지만 올바른 방향으로의 첫걸음을 디뎠다.

가자지구의 파괴된 영상을 보면 눈물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미지는 필수 자원 없이 폐허로 변해버린 곳에서도 생존하는 인류의 힘을 역설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정치적 혼란으로 약화된 한국의 경제, 분열로 인한 사회적 신뢰나 웰빙 또한 회복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BC499~449)은 급작스럽게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페르시아에 맞서 그리스 도시 국가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힘을 합해 싸운 전쟁이다. 이 전쟁은 그리스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기여했다. 공동 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강화되었고, 페르시아 제국의 군주제와 대조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그에 따르는 자유와 평등의 이상적 가치가 부각됐다.

BC 480년 크세르크세스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다. 아테네의 황금기를 정의하는 새로운 예술과 건축 양식이 탄생한 것이다. 이 아이러니는 서양 문명에 영원한 유산으로 남았다.

주먹 쥐고 뻣뻣하게 서 있는 쿠로스와 코라이 조각 대신 생동감 넘치는 우아한 몸짓의 조각들이 등장했다. 그중 민주주의의 영웅으로 추대되는 티라니사이드 조각상(사진)의 역동적인 자세는 고전 양식의 프로토타입으로 인정받는다.

대통령의 체포는 평화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젊은 경호원들의 정의감도 작동했다. 한국 정치의 이성주의는 희랍의 이성주의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