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상 女 근로자 월 1일 생리휴가 부여
아시아나 전 대표 생리휴가 거부한 혐의 벌금
#중소 가전회사를 다니는 A씨는 얼마 전 생리휴가를 냈다가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증명서를 내라’는 답을 답았다. A씨는 휴가를 반려했다. 사실상 쓰지 말라는 말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심해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그는 꾹 참고 사무실에서 자리를 지켜야 했다. 엄연히 법에 명시된 제도를 이용하고자 했을 뿐인데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회사 내에서 ‘유별나다’는 뒷말까지 들은 A씨는 억울했다.
근로기준법 제73에 따르면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할 시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다만 임직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실에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근로자는 흔하지 않다. 노사 모두 인지율이 낮아서다. 생리휴가를 쓰겠다는 직원에게 사업주나 눈치를 주거나 대놓고 반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판례를 보면 여성 승무원들에게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아시아나 대표는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가 최종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2014년부터 약 1년간 여성 승무원 15명에게 총 138회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혐의로 2017년 기소됐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거부 사유였다.
재판 과정에서도 당시 대표는 법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생리휴가 청구를 받아주지 않은 혐의로 처벌하려면, 검사가 승무원들에게 당시 생리 현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승무원들에게 생리 현상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고도 발언했다.
1심 재판부는 그가 주장한 증명 책임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봤다. 재판부는 “생리 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하거나 청구 절차를 어렵게 해 생리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생리 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해 비교적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생리휴가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증명 책임은 사용자 몫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 판단은 대법원까지 유지됐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판례에 대해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이 생리휴가를 규정한 이유는 여성의 생리를 원인으로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이상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생리휴가가 ‘생리 기간’에 구속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월경 전후에도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통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법원이 월 1회의 생리휴가 청구권을 반드시 부여해야 하는 휴가라고 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이어 “노사 당사자들은 이 법리를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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